불안도 늙는다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불안도 늙는다



한때는

불안이 날마다 앞질러 달렸다.

모서리마다 부딪히며

잠을 설쳤고,


눈 뜨면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지.

그러나

세월이 불안을 지나치고

그마저 지치고 나니

이제는 불안도

느긋이 늙어간다.


전처럼 발톱을 세우지 않고

느릿한 숨으로 내 곁을 걷는다.

가끔은 말도 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까무룩 잠든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이젠 내가 먼저

불안을 들여다본다.


마치, 저녁마다

슬그머니 돌아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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