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수필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노인정이든, 주민
센터 봉사든, 누군가를 돕는 자리에
나가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분은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얼마 전, 겨울철 김장김치
봉사에 참여한 일이 있었습니다.
김치를 담그는 데는 일정한 순서가
있습니다.
바닥에 큰 비닐을 먼저 펴고, 무채를
썰고, 절인 배추와 마늘, 젓갈, 고추
가루, 맛소금, 기타 양념들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죠.
그리고 김장을 담을 큰 용기들도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야 일이 순조롭게 굴러
갑니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선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고무장갑을 낀 채
조몰락거리며 장갑만 빙글빙글 돌리는
분이 계셨습니다.
자기 차례도 모르고, 작업 순서도 파악
하지 못한 채 엉뚱한 데 힘을 쓰고
있었죠. 그분은 분명 본인 나름대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눈에는
‘다음 행동’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동작경제의 원칙’이 실종된
모습이었지요.
이런 모습은 김장 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비슷한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무언가
하긴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몰라 어정쩡한 채로 머무는 모습.
그 마음 안타깝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건 병원이 아닙니다. 무슨 뜻깊은 것
있는데 어디가 본질을 모르고 상대방
말 듣고 행동 패턴을 바꾸거나
뭘 자꾸 맞춰주려고만 하는 자기 판단력
을 가족이나 이웃, 배우자가 따뜻한 시선
으로 ‘행동의 순서’를 짚어주면 됩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잃고
엉뚱한 자리에 서 있기 마련입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함께 움직이고
서로롤 다정히 일깨우는 일
나이가 들어서도 이 소중함‘
살피고 보살피는 삶’을
잊지 않았으면 해서 몇 자
글을 써내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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