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산안개 꽃처럼
가을 아침, 안개 낀 들판에 서 있으면
문득 마음도 따라 흐려진다.
긴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것을
흘려보냈고 또 가슴에 쌓아왔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서서히 거둬지는
시기다.삶이란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서게 되는 걸까.
젊을 땐 세상을 채우려 애썼다.
경쟁 하고, 이겨야 했고,
인정받아야만 존재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보니 진짜 귀한 것은
서서히 드러난다.
눈에 띄지 않던 마음의 결,
미소로 응축 된 말 없는 위로,
그리고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체온 같은 진심.
나는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살아낸다.
가슴 속 깊이 뿌리내린 기억들을
광주리에 담듯 하나씩 헤아려본다.
좋았던 날보다,
가만히 견뎌낸 날들이
더 오래 나를 지탱해주었다.
사랑이라 부르지 못했던 마음,
말 대신 흘려보낸 침묵,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말보다 눈빛으로,
움직임보다 기다림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지금 산안개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고요한 자리에서
내 삶의 향기를
천천히 퍼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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