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
날이 흐린, 봄비도 내린다. 그래서 아무 말이나 할 생각이다. 신세 한탄은 아니다. 이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 에피소드.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에 이렇게 오래 있어 본 적이 없다(360일 정도 머무르지). 아무래도 동거인, 마미와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떠냐고, 서로 불편해하는 느낌이다. 나의 가족은 뭐랄까, 서로 거리 두기를 잘한다. 서로 잘 챙기는 편, 한 발 정도 떨어져서. 그러나 요즘 너무나 붙어 있는 우리, 미안하다.
어느 날, 한의원을(친형의 지인 소개로 다녔던) 가는 차 안에서, 마미가 물었다.
“결혼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없니?”
딱히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도 없는 것,
“음.. (못한 것이라는 생각은) 없어!”
미리 준비한 듯이 바로 말씀을 (나를 쓱~ 쳐다보면서),
“그래, 남의 집, 귀한 딸의 인생을, 조질~뻔~했어!!”
운전을 하던 사촌 누님과 신나게 웃었던.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으려나~ 모르겠네.
아프면 환자가 아니라 남의 인생도 망치는 죄인이 된다.
그래도 법정 최고형을 받은 건 아니라~ 모르겠네.
여전히 마미에게 미안하지만, 남은 여정도 재미있고 싶은 건 욕심일까.
행복이 무엇인지 나는 지금도 모르지만 여유가 넘치는 하루하루면~ 모르겠네.
어차피 모두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이 나와.
이런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하면…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