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져서
나들이라고 할만한 외출을 다녀왔다.
어느새 짙어진 초록은 그늘을 만들었다.
명도 높은 이 초록이 좋아서, 나는 또 설렘을 느낀다.
울렁이고, 일렁이는
그치만 나는 또
이유 모를 멀미감을 느낀다.
하나, 둘, 셋,
그물처럼 새겨지는 초록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드리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흐리고 시린 그리움과
부서질듯한 마음에 서리는 숨찬 후회
가끔
너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다.
크고 짙은 무언가가 구역질 날 정도의 심연에 나를 가둘 때,
너라면 어땠을까
아니 다시 묻고싶어
너가 이런 나를 본다면 어땠을까
미안하다
긍정의 순간에 너를 떠올리기도 아쉬운 지금
부정의 순간에 너를 상상해서 괜히 끌어들인 것일까봐
고맙다
나를 유치하게 만드는 너의 다정함과
매일 미온을 유지하는 네 언어의 온도에
거머쥐면 찌그러지는 것이 두려워서
참으며 주저하는 나의 마음에 대하여
네가 조금의 눈치라도 얻었으면 하고
파랑과 초록의 경계를 바라보고 누워 동경하는 미지의 것에 가만히 무어라 속삭이곤 한다.
그럴 때면 잠겨 버리곤 하는
어지럽게 일렁이며
시리게 부신
하늘과 그것,
하지만 나는 또 이렇게
13인치의 창 속에서 그리움을 논하고는
한 조각의 이불에 축축해진 마음을 감춰두고
하루를 접어 본다.
접고, 접고, 접다보면
언젠가는.
이라는 이상한 포부와 함께
그리움도 사랑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모두를 사랑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