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전쟁

유형이 다른 아이와의 거리 좁히기

by 작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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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맥락이 전혀 안 맞는 말이라고요.”


딸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쿡 하고 찔렸습니다. 아무 악의도 없다는 건 알지만, 그 말투, 그 단호한 눈빛은

마치 제가 틀렸다고 선언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곤 했어요.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참 솔직하고 자기 주도적인 아이였습니다. 또래보다 말이 빠르고 사고가 논리적이라, 늘 본인의 생각을 정확히 말했죠. 반면 저는 성격이 급하고, 아이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는 감정형 부모였습니다. 유독 딸에는 더 예민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크고 있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그 솔직함이 때론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갈등이 더 심해졌습니다.

“왜 가족 여행에 꼭 가야 해요? 난 그림 그리면서 집에 있고 싶어요.”

“그건 엄마 생각이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딸의 솔직하고 논리적인 말들이, 종종 너무 냉정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가족 모두가 기다리는 여행에, 딸이 ‘개인 시간 확보’라는 이유로 빠지려고 할 때면,

저도 모르게 감정이 폭발하곤 했어요.


“그럼 너만 중요하고 다른 가족은 중요하지 않아? 왜 그렇게 너만 생각하니?”

딸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고, 저는 며칠을 서운함에 잠겼습니다.

그렇게 우리 사이엔 조용한 전쟁 같은 날들이 쌓여갔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자주 부딪힐까?
오은영 박사님의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에서 말하시듯이 부모가 욱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이미 발생한 문제, 앞으로 일어날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이 예방되고 해결된다는 문구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가 유독 딸에게만 욱하는 원인이 딸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나의 감정 조절 능력 미숙과 불안이 원인이고 나로부터 생긴다는 사실에 크게 한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딸에게 감정 호소는 논리적 오류처럼 들렸을 거고, 저에게 딸의 솔직한 말은 정서적 거리감처럼 느껴졌던 겁니다. 이 깨달음은 제 감정을 ‘풀어주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딸이 날 상처 주려는 게 아니었구나, 그저 자신의 언어로 솔직하게 말하고 있었던 거예요.
말 대신 ‘이야기’로 소통하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저는 표현 방식을 조금 바꿨습니다.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딸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황을 이야기했어요.


“이번 가족 여행은 너에게 힘든 일정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엄마는 네가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 우리 하루는 함께 보내고, 하루는 네 시간 가지는 걸로 어때?”


딸은 생각 끝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처음으로 우리가 타협점을 찾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감정이 복받칠 때는 바로 말하지 않고, 종이나 문자로 마음을 적어 건넸습니다.


“오늘 네 말이 맞긴 했지만, 엄마는 조금 서운했어. 그런데 너는 너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엄마도 네 방식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놀랍게도, 딸은 그 편지를 책상에 조심히 붙여두었습니다. 그날 이후, 딸도 제 말에 조금씩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자라는 중입니다. 유형이 다르다는 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넓고 깊게 만들어주는 힘이기도 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서로 다른 유형으로 살아가는 우리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고, 조금 더 맞춰가며,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엄마, 그땐 미안했어요. 그냥 나도 나답게 있고 싶었던 거예요.”

어느 날, 딸이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에 저는 조용히 미소 지었어요. 다름을 인정받을 때, 사람은 결국 마음을 엽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딸과 조금씩 같은 언어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기질, 유형이 너무 다른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매일매일이 작은 충돌의 연속이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외국어’ 같은 존재일 때,

우리는 서로에게 언어를 배워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가장 깊은 사랑이 아닐까요?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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