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카페를 가게 된 이유는 이성 때문이었다. 카페의 브랜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편의점 캔 커피가 아니면 카페 커피는 싫다고 했다. 고집쟁이, 이것이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남들이 서운해해도 자기가 원하고자 하는 일만 추진하는 자린고비라서 그렇게 지었다.
그러다가 연인이 카페를 꼭 가보고 싶다고 정중하고 예의 있게 여러 차례 부탁을 해서 커피숍을 갔다. 메뉴판에 적힌 커피들의 가격에 한 번 놀라고 쓴 맛에 한 번 더 놀랐다.
믹스 커피, 자판기 커피, 프림 커피, 캔 커피만 먹고살던 스물세 살의 나에게 커피는 가성비가 좋은 단 음료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써도 이렇게 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비싸고 쓴 걸 왜 마셔야 되냐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 번 시작하는 게 어려웠지만 그다음은 쉬었다. 사람들이 커피숍을 가는 이유는 커피 때문에도 있지만 '같이 시간을 보낼 장소가 여기밖에 없어서'였다. 그걸 수년 후에 혼자 어느 카페에서 문뜩 깨달았고 너무 미안해졌다.
처음 카페를 가기 시작하고 나서 집 근처에 있는 한 특정 브랜드의 커피숍을 갔고 아메리카노를 한 잔을 시키고 노트북이나 공책으로 그림 그리기 연습을 했다. 거의 매일을 갔다.
커피의 맛 때문에 간 게 아니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장소가 필요해서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에 커피를 마시다 보니 요즘에는 쓴 커피가 맛있다. 그리고 요새 여러 브랜드 커피숍에서 커피를 줄 때에 기본적으로 2샷을 넣어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니까 일하고 나서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퇴근하고 나서 커피를 더 마셔서 하루에 거의 4샷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었다.
어쩔 때에는 일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생기면 테이크 아웃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집으로 가져다가 마신다. 그러다 보면 커피를 많이 마셔서 심장이 너무 빠르게 뜨고 잠도 잘 오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가 카페인에 중독이 되겠다 싶어서 커피를 시킬 때에 키오스크에서 1잔에 1샷만 먹도록 주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에 카페는 한 번만 가도록 자제력을 길렀다.
어느 날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 이상 마시려고 하면 카페까지 갔다가 그냥 아무것도 안 사고 돌아왔다. 어쩌다가 커피가 더 먹고 싶어질 때면 카페인이 없는 음료나 디카페인 음료를 마시면서 오늘도 하루에 커피 한 잔만 마시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