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수님을 마음속 깊이 존경하며 항상 그 분의 안녕을 기도한다
처음 타병원에서 전원 신청을 할 때 교수님은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계셨다.
TV에서만 보던 교수님은 하얀머리에 안경을 쓴 날카로운 눈빛의 소유자이셨지만
첫 대면에서 나도 모르게 쏟아진 눈물에 당황하며, 휴지를 뽑아 주시고 등을 두들겨 주시던
인간적인 면모도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무엇보다 타병원에서 확실한 효과가 검증된 것도 아닌데 지속적으로 처방해준 압축 스테로이드도
과감하게 끊기를 말씀하셔서 덕분에 나는 몸과 마음이 한결 수월해 지기도 했었다.
따뜻했던 교수님이 호랑이처럼 변한건 수술 이후 부터였다.
먹는것과 운동만 잘하면 살 수 있다고 누누히 말씀하셨지만 내 몸이 쉽게 말을 듣지 않았다.
혼자 일어서고 앉는것 조차 할 수 없을 때는
내가 마치 구체관절 인형 같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교수님은 회진을 하실 때 내가 침대에 누워만 있는 것을 보시면 냉랭하게 돌아서셨다.
기껏 어렵고 힘든 수술을 해서 살려 놨는데, 환자가 무기력하게 먹지도 않고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으니
얼마나 속이 타고 화가 나셨을까? 라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그러나 그 때의 나는 잦은 입퇴원의 반복과 폐렴,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지쳐 있었다.
수술 이후 교수님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본 건 내가 침대에 눕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했을 무렵 이었다.
병동을 몇 바퀴씩 도는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계단 운동을 하기 시작 하였는데
교수님이 회진을 올 때 마다 환자가 왜 자리에 없는지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 보셨다고 한다.
간호사 선생님이 계단 운동 갔을 거라 말씀 드렸고,
마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나와 교수님이 병실 앞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갑자기 교수님께서 환하게 웃으시고 "잘했어" 하며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하셨다.
그 때 내 마음 속에는
'세상에... 내 몸 튼튼해지자고 내가 운동하는데 왜 저렿게 좋아하실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언젠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이식 100례 행사를 할 때, 교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신적이 있다.
본인이 집도 했던 환자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신다고 하셨다.
그 때서야 나는 교수님의 "환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분은 언제나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 하셨고, 매사에 진심으로 임하셨으며
우리 환자들은 그것을 시간이 지나가면서 서서히 알아가게 된 것 이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교수님께 받게 된 마지막 외래를 어제일 처럼 선명하게 기억한다.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진료를 보시고 숨소리까지 다 확인하신후
항상 건강하라는 말씀과 함께, 일어나셔서 꼭 안아 주셨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지금 교수님은 세브란스에서 정년을 하시고 명지대학병원으로 거처를 옮기셨지만,
나는 여전히, 그리고 항상, 교수님이 어디에 계시든 그 분의 안녕과 평안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