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자 「꽃과 새」

by 김지숙 작가의 집

곡우 지나면

뒷산에 꾀꼬리 운다

진달래 꽃필 때쯤이면

소쩍새 찾아와 기척을 하고

소쩍새 울음소리에

온 산에 진달래 만개한다.

찔레꽃 향기 천지를 진동하면

남의 둥지에 새끼를 낳아 놓고

울어대는 뻐꾸기 울음에

눈물 다 말라

그때는 비도 오지 않는다는데

꾀꼬리 날아간 자리 소쩍새 와서 울고

소쩍새 떠나고 나면 뻐꾸기 목이 메어

온종일 뻐꾹뻐꾹 울고 나면

그 긴 봄날이 다 가더라.

-조민자 「꽃과 새」




다산은 인간의 본성을 ‘마음이 기호하는 것’이라 여겼다 기호(嗜好)란 인간이 어떤 것을 즐기고 좋아한다는 뜻인데, 이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정감적 태도를 일컬으며 어떤 대상이나 가치를 지향하는 자세로 정의한다. 즉, 이 기호란 꿩이 산을 좋아하는 ‘감각적 기호’와 벼가 물을 좋아하는 ‘본질적 기호’로 분별한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도덕정감은 자기 의지의 결단으로 선택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이는 프롬이 언급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보면 정신건강에 기초한 사회적 욕구를 담아내는 부분과 유사하다 「꽃과 새」에서는 사물이 본래적으로 갖는 감각적 본질적 기호에 대해 언급한다. 먼저 꾀꼬리의 울음소리에 곡우가 지났음을 알고 진달래가 만개하면 소쩍새가 울고 찔레가 피면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울어댄다.

화자의 눈에 비친 계절의 변화에 남다르게 민감하고 새의 행동에 대해 감각적 기호성을 지닌다. 새와 꽃을 연관 짓는 상황 가운데서도 ‘눈물도 다 말라 그때는 비도 오지 않는다는데’ ‘그 긴 봄날이 다 가더라’에서처럼 화자의 심정을 오감(감각적 기호)이 느낀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울어대는 상황들에서는 뻐꾸기만의 생래적인 특징으로 이는 본질적 기호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의 화자는 자연과 공감하는 공동체적 사고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곡우가 지나면 소쩍새가 찾아오고 꾀꼬리의 울음소리에 진달래가 반응한다고 여기는가하면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의 마음을 선하게 읽어내면서 화자 자신의 세월을 주변의 자연과 더불어 흘려보내는 이들과의 공동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화자가 지닌 삶의 본성과 의지는 새와 꽃과 더불어 화자를 둘러싼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는 성향을 보여준다. 새가 ‘울고’ 그 눈물조차 ‘말라가는’ ‘목이 메는’ ‘다 가더라’라는 자연의 성황 속에서 부정적인 요인과 화자의 시간이 동반하여 흘러간다는 자연일체의 의미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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