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DNA
김치를 먹고 자면 퉁퉁 붓는다
평소 저녁밥을 먹지 않는데
생김치를 만나는 날이면
다 잊고 맛있게 먹는다
진수성찬이 차려져도 김치가 없으면
왠지 뭔가가 모자라는 밥상처럼 여겨지고
김치 없이 살아온 날은 헤아릴 수 있다
생김치가 딱 자리잡은 밥상은 꽉 찬 느낌
입맛에 꼭 드는 김치 한가지
있으면 왜 다른 반찬은 눈에 들지 않을까
생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방금 만들어 낸 김치를 찢어서 밥 위에 얹어 먹는 날은 흔하지 않다 자주 있지는 않고 왜냐하면 김치가 익으면 금방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치는잘 익혀서 유산균 때문에 유익한 반찬이라 하지만 사람 입맛이 서로 달라서 가금 아주 맛있게 잘 익은 김치를 먹곤 하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매력을 못 느낀다
난 저녁에 주문한김치가 도착했고 초저녁에 생김치를 반찬으로 밥을 먹었다 왜 생김치를 대하면 꼭 밥을 먹는다 보통 저녁은 간단하게 두유나 우유로 후레이크 조금 계란이나 고기 과일 한조각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는데 생김치가 생기면 2-3일은 밥으로 일관되게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김치가 익기 시작하면 당분간 김치는 먹지 않는다
그런데 엊저녁에 김치를 반찬으로 먹고나면 손가락이 퉁퉁부어 반지가 꽉 끼여 빠지지 않는다 걱정스럽고 곧바로 후회를 했다 참을 걸 내일아침에 먹을 걸 하고 아직도 식탐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그게 뭐라고 후회를 해도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식구들은 생김치보다 익은 김치를 선호한다 그래서 김치는 자연히 소비된다 물김치나 동김치 등 다른 김치들은 잘 담지도 먹지도 않는다 쓱쓱 붉은 양념을 칠한 벌근 배추김치가 차곡차곡 담긴 김치를 보면서 김치를 만드는 날 바로 만들어 바로 먹던 기억이 생각나서일까
어릴 적 이웃이 모여 김장을 담그던 날들이 가끔은 생각이 난다 요즘은 tv속에서 김치를 파는 사이트에서 어설프게 재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요즘 우리 아이들은 아예 김치를 담그지도 먹지도 않는다 김치가 전하는 맛의 전통에도 살짝 걱정이 들기도 하다
이제는 간단한 걷절이를 맛있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김치를 거의 담그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맛있게 담는 법을 몰랐다 그런데 이곳에 살다보니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어 아쉬워서 만들게 되고 한두번 자꾸 하다보니 제법 맛이 나는 걷절이가 완성되어 혼자 좋아하기도 한다 드디어 김치 DNA가 내 몸에서 살아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