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자연의 브리콜라주
시집『햇빛과 연애하네』

김규화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진달래꽃 둥둥둥」





좁다란 산길 양쪽에 울타리를 치고

진달래가 따라온다

가늘고 성긴 다리로 받쳐 올린 꽃송이들

둥둥둥 떠서

파란 소나무 곁에도 내 키만큼 커서

진달래 진한 몸 내게 맡긴다

북소리 들리고 바람이 휘청인다

깔때기 같은 꽃 한송이 따다가

꽃처럼 붉은 울”울지를 못하고 나는

입술에 대고 입술색깔을 만든다

야들야들 몇 갈래로 갓 태어난 사랑이

빨강을 비켜서 파랑을 비켜서 보랏빛 얼굴이

보라, 보라, 햇볕에 몸을 드러낸다

부푼 산등성이가 내 눈을 살짝 때린다.

산에 불붙인 진달래 보랏빛 보라 보라

산에 불식힌 진달래

예쁜 보라 신부들이 되돌아온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교우관계에 놓인다(RodneyL.Taylor) 이는 천인합일사상(유교) 무아(불교)의 개념 속에 자연만물은 동등한 생명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며 무위(도교)에서의 자연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자연 공동체의 평등한 구성원으로 보는 관점과도 유사하다 즉 이 가치관은 우주를 하나의 전일적 유기체로 보고 모든 생명체의 평등의식을 기저에 둔다 이는 자연과의 동질감으로 나아가고 생명에 감정이입과 인격화로 생명존중심이 생긴다 (Arnenaes 1995)

시에서 자연과 동화하려는 인간은 자연의 내면적 소리를 듣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한편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등산하면서 진달래를 면밀히 관찰하고 진달래의 의중을 화자가 읽어낸다 자연을 붙잡으려 하지 않고 자연에 마음을 열고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인간이 자연 속에 존재하며 서로에게 기대는 관계에 시선을 집중하며 진솔한 사랑의 관계 나아가는 심층적 교감을 구현한다

나아가 진달래와 인간의 생명가치의 평등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푼 산등성이가 내 눈을 살짝 때린다에서는 화자가 진달래와의 관계에서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랑을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자연과 인간의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시선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독자가 함께 산을 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진달래가 피는 산은 마치 그 속에 들어가고 싶은 갈망을 갖게 만든다 현실 속에서 구하는 피안인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이상 세계를 화자는 자연 속에서 찾는다

진달래는 화자를 따라 산을 오른다거나 진한 몸을 맡긴다거나 바람이 휘청이고 산등성이가 화자를 살짝 때린다에서 보면 자연은 객관적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 행동을 하는데 이 시에서는 산과 진달래가 주제가 된다 이 점을 보면 행동과 정서의 표출을 인간만이 아니라 자연 역시 가능하다는 예기치 못한 감정의 전도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 중심에서 늘 표현되어 온 자연의 특징이나 묘사 등을 접하다 보면 이는 다소 의아하게 여겨진다 시에서 화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자연의 마음이 되고 자연의 시각에서 자연의 심정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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