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치악산



정동진에는 비가 꽤 많이 내린 주말이지만 일기예보를 보니 원주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여 치악산으로 떠났다 족히 2시간 정도의 거리라 일찍 출발하기로 했지만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나서 도착한 시간은 11시를 조금 넘겼다

막상 도착하고 나서야 주차장이 좁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재빠른다 주차할 곳을 한 곳을 찾았고 맞은편 차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동안에 그 차가 우리가 주차할 곳을 쏙 들어가 버렸다 정말 어쩌겠는가 동작이 느린걸지 상대가 눈치 빠른건지 예의가 없는건지 아무튼

상가가 있는 주차장은 좁고 입구에 있는 대형제 1주차장은 1.5킬로 정도 거리에 있다 성수기에는 셔틀버스가 다녔다고는 하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상가까지 걸어가는데만 꽤 거리가 있어 산정상을 오르기까지는 무리일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다시 내려와서는 맨 아래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변을 걸어 올라왔다 처음 계획했던 코스를 변경해서 구룡사를 지나 세렴폭포까지 가는 왕복 9킬로 정도의 코스를 가게 되었다

막상 구룡사 입구에 도착하니 커다란 주차장이 있었다 자세히 살폈다 빈 곳도 여러 곳이 있고 텅빈 또 다른 주차장도 보인다

치악산 입구에 서 있던 안내하는 두 사람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주차를 할 곳이 없으면 차를 더 들여보내지 말든가 아니면 구룡사 입구에 주차할 곳이 있다는 귀띔을 해주든가 무심하게 영헌없이 차를 들여보내놓고는 많은 차들이 중간 지점에서 다시 차를 돌려 산을 내려가게 만든다

국립공원이라면 주차질서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서 갔던 친절하고 발빠른 대처를 하던 오대산과 비교되는 마음이다 서운한 마음을 뒤로 하고 산길을 올랐다 길을 평탄하고 걷기가 수월했다 철이 지난 산임에도 사람들은 북적인다 단풍은 거의 없고 단풍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세렴폭포 가는 길 한 군데만 단풍이 조금 남아 있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세렴폭포까지 올라가는 데는 단풍이 좋다는 인터넷 정보를 봤기에 갔지만 실제로는 단풍은 거의 없고 거의 여늬 평범한 산일뿐이다 계곡도 별달리 멋진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치악산에 왔다는 그 느낌일 뿐이었다 세렴폭포도 이름이 폭포일 뿐 그냥 조금 긴 물줄기에 폭포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는 느낌이다 비가 안와서일까 솔직히 폭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걷는 만큼 더 건강해졌을 거라며 나를 위로하며 내려가는 길에는 제법 단풍나무들이 있었지만 단풍이 예쁜 곳은 그다지 찾지 못했다 도로변 식당에서 사람들이 단풍나무 아래서 김장을 하고 있었다 작은 부억처마로 내어단 평평한 얼기설기 판자지붕 위에 새빨간 단풍잎이 떨어져 있고 마당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하 호호 웃으며 김장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잎이 다 떨어진 단풍나무 아래서 저토록 정겨운 모습이라니 그래 됐어 오늘은 이 모습 하나 본걸로 된거야 순간 뭔가 허전하던 내 마음이 다 풀렸다

그래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사람도 단풍도 폭포도 아름다운 그 순간의 때가 있다 그 아름다운 때를 기억하는 한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아름다울 뿐이다 때가 지나서 만나면 아름다울 수 없고 평범하여 아무 볼 것이 없다 다만 때가 아닌 때에 찾아 온 치악산 단풍산행이 그 때를 맞추지 못고 놓친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마음 허전할 일은 아니다 그냥 산은 산이고 단풍은 지나가는 아름다운 순간일 뿐이다 모든 것들의 그 아름다운 순간을 내가 다 보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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