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축지 마을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매축지 마을




이렇게 축축했던가

비가 내려서인가

실향민의 눈물인가

매축은 땅만일까

억장이 무너지는 한을 묻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와보니

몸 한쪽 누울 땅 없어

해안을 매립한 축축한 땅에

너나 없이 모여든 피란민촌

동서남북 도로에 둘러싸인

도심 속 섬에서 있는 작은 안도

아픈 속살은 전봇대 전선처럼 얽힌

작은 바람에도 상처는 되쓰리고

수호종에 의지하던

평화마저 세월에 삭아

이제는 그 흔적마저 버려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원활한 물품을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해 길을 만들었고 수정동 범일동 중앙동 우암동 일대의 바닷가를 매립하였다 대부분을 도로로 사용되었으나 이곳 매축지 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거주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매축지 마을은 지하철 1호선 좌천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라면 부산사람들도 특별히 잘 알지는 못한다 성남초등학교 부산진시장 일대를 조금 넘어서면 좌천동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다 하지금은 일부에서 도시 재개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두산위브범일뉴타운 두산더제니스 하버시티 오션브리지 등의 아파트가 있다

주변에는 환경은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마도 머잖아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기억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곳은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가장 슬픔과 애환이 많이 담긴 실향민들의 피눈물로 젖은 땅이 아닐까 다행히도 도심에서 가까운 이점은 있으나 자체적으로 개발이 되지는 않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고층아파트의 그늘에 남겨진 판자촌 지적도에는 여전히 바다로 표기된 마을이었다 1960년 정부가 지번을 부여하면서 불하를 하게 되었고 힘없는 섬유공장 신발공장 노동자들이 집단거주하게 되었다

현재에는 매축지마을의 41%정도만 남아 있고 원주민은 거의 없다 아파트 입주권으로 외지인들이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 지하철 대형시장 초등학교 대형병원 등이 주변에 있고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이 자리하고 있으니 다들 탐을 낼만한 자리로 변해 버린 매축지 마을

약한 자들은 원도심에서 밀려 불편한 곳으로 떠나가는 자본주의의 속성인 돈의 힘이 여기서 나타난다 원주민들은 갈 곳을 잃고 찾은 그나마 근근히 살아가던 부족함 속의 평화는 다시 길을 잃었다

이곳에는 수호종이라는 좋이 있는데 마을의 위험을 알릴 때 사용했다고 한다 이 수호종의 존재를 듣는 순간 아 이곳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늘 느껴왔구나 전쟁의 공포 생존의 트라우마만큼 평생을 가고 남을 만큼 오래 가고 강한 아픔이었구나 늘 가슴 한구석에 낫지 않는 상처로 안고 살았구나 매축지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상처를 수호종이 상징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은 한국인이라면 최소한 겪지 않았다고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닌가 매축지 마을을 보면서 시대적 아픔이 공존하는 마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트라우마를 벗어가는 마을 사람이 아니라 매축지 마을을 보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그대로 남겨서 대대손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결과물이 얼마나 사람들을 비참하고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는지 눈앞에 두고 기억하는 것도 나쁜 역사의 교훈이 되어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전쟁이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거나 이전에 잘 살던 집을 하루 아침에 잃고 길거리로 나앉게 되고 처참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 쟌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존재로 남야 있어야 할까 시류를 타고 떠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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