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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시인 혜월당 Feb 17. 2024

동일시, 어른 따라쟁이

동일시同一視, 어른 따라쟁이




동일시는 흔히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이들의 가치관이나 행동 등을 그대로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유사하게 행동하거나 따라 하는 태도 등을 일컫는다 어린아이는 태어나면서 엄마와의 행동이나 사고 가치관의 동일시 과정을 거쳐 자신과 엄마 간의 분화가 일어나고 이후 자신을 찾아가며 엄마를 자신에서 분리시켜 완전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과정을 밟아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한다

내사된 감정의 통합과 분화의 과정을 거쳐 발현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대상과 자신을 구별하면서 그 대상의 어떤 측면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감정형태가 동일시이다 따라서 아이는 어떤 부모를 가지고 태어나는지에 따라서 아이들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성장하느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미래의 심적 자원이 심어진다 

부모가 어떤 행동에 대해 체벌 위협 복종 등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으로 부모의 의도 성향 심리적 특성 언어적 표현 등을 아이는 인지하게 되고 그 영향권 내에서 성장하므로 이를 본보기로 혹은 동일시를 통해 인성 지위 심리적인 통제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이라는 직접적인 영향 하에 놓이기도 한다   

청소년기 역시 여전히 부모의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갈구하는 시기이지만 한정된 사회적 환경 속에 존재하므로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비번한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정체성을 성취하기보다는 갈등 혼미 등으로 고뇌가 깊어가는 위기의 상황 속에 놓인다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고통 미래에 대한 불한 등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무기력 불안 무의미함 등을 경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발전의 방향성 탐색의 작업으로 스타 혹은 주변의 멘토성을 지닌 인물을 따라 하는 동일시를 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건강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고 사회에 통합되는 전체성을 지닌 자아정체감을 완성하는 시기가 바로 창소년시기이다 


D. Bernstein(1977)에 따르면 동일시를 통하여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거나 고독한 가운데 자기 인식이 가능하며 어떤 특별한 상황과 맞닥뜨릴 경우 당황함을 덜 느끼거나 자기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갖기도 하고 대략 전이 암시 통찰력 정화의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몇몇의 도움을 주고받는 직용을 한다 이 동일시는 적대적 동일시 병적 동일시 전이 공감 합일화 혹은 합입으로 구분된다 적대적 혹은 부정적 동일시는 닮지 말아야 할 바람직하지 않은 대상이 되는 범죄자나 패륜 등을 닮아 모방범죄에 이르는 경우에 해당된다


병적 동일시는 어떤 인물에 붙어 공생하며 그 힘으로  자아를 가지려는 의도로 호가호위적 특징을 드러낸다 하지만 신비롭거나 강인하다 여긴 그 힘이 상실되면 자연히 동일시 현상도 사라지고 그에 관한 관심조차도 사라지는 특징이 있으며 독재자를 그 예로 든다

광범위한 동일시로는 전이transference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과 동일시될 때 느끼는 감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상대의 행도이나 가치관 등을 따라 하게 되는 것으로 '흉보면서 본 본다'는 속담에 해당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공감은 마치 그 사람인 듯 느끼는 것으로 석가의 고행의 과정에서 민초들에게 느낀 감정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과거의 대인 경험으로 현재에 옮겨와서 반복되는 현상이나 누군가를 까닭 없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의 전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즉 어떤 사람의 심상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심상으로 동일시하게 되는 감정으로 전이되어 나타난다   

합일화는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영아기의 동일시를 뜻하며 대상을 동화하여 그대로 자기 속으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함입은 자기 것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정도에서 일어나는 시기에 일어나며 합일화 함입 동일시의 순서로 나타난다 함입이란 예를 들면 어떤 대상을 생각하고 그 나름의 상상력을 불러들여 그러한 것이라는 심상을 자신에게 동화시켜 매사에 그 기준에서 처신하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동일시는 좀 복잡한 듯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나름의 긴 세월을 살면서 자신이 유난히 거슬리는 인간 유형과 유난히 끌리는 인간 유형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배신을 당하는 사람의 유형과 험담을 하는 유형 배신을 대리는 유형 등등의 같은 특성을 지닌 부류들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 시간의 흐름대 속에서 찾아내곤 한다 마치 도플갱어를 만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인물도 만나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점은 바로 동일시에 기반한 감정이라는 것을 느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사람에게 혹은 나와는 다른 사람에게 끌리기도 하고 나와 다른 사람은 철저히 배척하기도 하는 감정의 성향들은 오랜 세월 속에서 체화된 동일시들로 발현된다 

내게 동일시라는 감정은 내 기억으로는 사춘기 때에 윤동주의 시를 읽으면서였다 윤동주처럼 시를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와의 동일시가 이루어진 것 같다 이후 별다른 감정의 성장 없이 지속적으로 체화된 연속 속에서 동일시라는 감정은 달리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부지런하 시를 쓰고 생각하고 기록하며 지냈다 

어느 날 문득 TV화면 속의 탤런트 지진희의 모습이 내게는 윤동주가 사각모를 쓰고 찍은 사진 속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별다른 이유 없이 지진희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져간 계기가 나의 판단에 윤동주를 닮았다는 그리고 나의 뇌리에서 동일시의 심상을 일으킨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이 연예인에 드러내는 우상화에 대한 동일시의 오류를 일으킨 셈인지도 모른다

  

우연한 기회로 태어나고 오랜 세월 살아온 부산을 떠나 몇 년을 사람이 그다지 살지 않는 강원도 산골의 깡촌에서 산속에 있는 펜션살이를 하면서 지나온 날들 속에 나의 주변을 스치고 지나간 사람 여전히 아주 가는 끈으로 엮여 살아가는 사람 안중에도 없는데 자주 연락하는 사람 등등 주변인들에 대한 탐색을 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는 내 주변인들의 성향을 세월을 두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을 포함하여 특정한 기준으로 나누고 그 특징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독 따라쟁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체 어디서 그 마음이 발현되는지에 대해 궁금했고 그 따라쟁이들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생가하게 되었다 결국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따라쟁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피게 되었다

이들은 대체로 모방심리가 강하고 공감능력도 뛰어나며 자신이 매력 있다 여기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모방하고 생각 가치관 몸짓 행동 말투 등을 동일시하는 특성을 지니며 먹는 음식까지도 커피 취향까지도자신은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더니 어느새 늘 내가 시키던 아보카도를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라면서 언제는 앞에서 빈정대더니 그대로 따라하고 동일시하는 경우도 봤다 이들은 자기 존중감이 약하고 특징이 없으며 자신감이 부족한 점 또한 애착형성에 대한 잘못된 습성 등이 짙은 공통점을 지닌다 

상대가 매몰차게 혹은 차갑게 굴면 여지없이 스스로가 튕겨나가거나 신비감이 사라지면 스스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는 관계에 놓인다 따라 하던 사람을 더 따라 할 것이 없고 상대보다 자신이 더 나은 존재라고 여기는 순간 또 다른 대상을 찾아서 나서고는 여지없이 사라지는 어른 따라쟁이들은 열등한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동경하는 대상의 모든 것을 모방하고 인간관계 관심사에 까지 편입하여 어느 순간 그 대상을 배제하는 등 정체성마저 도둑질하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문제는 동일시나 따라쟁이들의 습성이 나와 엮일 때이다 그래서 함께 어울려 다니단 중 주변 사람들에서 유독 둘이 닮았다 비슷하다는 말들을 듣기 시작한다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이런 인물이 나의 주변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면 반드시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말투 대외활동 옷매무새 인간관계 등 알게 모르게 자신을 따라 하는 사람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열등한 존재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어하는 내면이 존재한다 사소한 물건부터 행동 하나하나 취향까지도 따라 하다 급기야는 얼굴까지도 성형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어른 따라쟁이가 영원히 자신을 따라 하는 대상을 추월할 수 없다는 점을 자신은 알고 있다 설사 외형은 유사하게 따라 할 수 있겠지만 내면까지는 어림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영원히 어른 따라쟁이로 존재한다면 정신적 정서적 치명타도 받을 일이 없고 정체성에 대한 도둑 당할 염려도 없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동일시하고 따라 하는 어른 따라쟁이들과는 반드시 거리를 둬야 한다 끊임없는 조심스러운 탐색과 거리 두기로 상처와 손해와 도둑맞는 일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방편 중 하나가 거리 두기이다 

지금부터라도 조심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행동들을 살피고 관심을 가지고 분류하거나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한 내가 그런 따라쟁이들의 호구가 되거나 자신 역시 그런 존재가 아닌지도 돌이켜 생각해 보고 내가 상처받기 않기 위해 가장 온전한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흔들림 없이 상대와 관계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 이상 상대방과 동일시하려는 따라쟁이들로부터 자신을 굳게 지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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