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다는 것은

by 김지숙 작가의 집

한결같다는 것은



초 중 고를 다니면서도 지각 결석 조퇴를 한 기억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해 라고 말할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집에 아버지는 매학기마다 가져오는 성적표를 볼 때 성적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결석 지각 조퇴를 먼저 보고는 만족해하며 얼굴이 환해 지곤 하셨다

이 부분을 먼저 체크하고 난 다음에야 성적표를 보면서 잘했네 다 잘하면 되지 라는 격려의 말들을 쏟아내셨다 그래서 어린 우리들은 밥 잘 먹고 건강하게 학교 잘 다니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성적이야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생활도 같았다 일년 열두달 출장 업무나 특별한 일이 없고서는 토요일 반나절 업무까지 출퇴근 시간이 한결 같았다 물론 주말이면 토요일은 정원관리를 일요일은 낚시를 가는 것도 식후에 커피를 즐기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그런 생활 속에서 자라게 된 부모님 덕분인지 그다지 변화없이 젊은 시절을 변함없이 보냈다 그런 생각들은 처음 대학생활에서도 비교적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졸업이 가까워 질수록 한결같다는 의미들이 답답하게 여겨졌고 조금씩 달라졌다

오랜 세월 한결같지 않은 세월을 보냈고 그 한결같은 의미들이 주는 안정감이 뭔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한결같다는 것은 의식주의 안정감에서 오는 것인데 그 한결같음에서 벗어나 세상의 칼날을 온몸으로 받으며 상처투성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한결같음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하고 안정적인 삶과 직결되어 있는지를 뒤늦게 알게 된다

너무 늦게 철이 든 것일까 죽어도 철들지 않는 사람보다야 그래도 한결 낫고 깨닫고 나면 다시 회복할 기회도 찾게 되리라는 생각이지만 지금은 너무 늦지 않았난 싶기도 하다 긴 세월을 한결같지 않은 세월을 보내며 그 한결같은 날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했고 그 원인들을 몰랐는데 지금에서 그 이유들을 찾고 다시 때늦은 도전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여건으로 할 수 있는 한 삶의 한결같음을 찾을 생각이다 그나마 그간에는 물질적인 한결같음을 누리진 못했지만 마음은 한결같이 꿈꾸고 노력하고 나아가고 애를 써 왔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의식주가 편안하면 여유가 생기고 그게 고마운 줄 잘 모르고 당연하다 여긴다

사람이 한결같다는 것은 그 삶이 한결같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변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여유도 함께 부여받고 있기에 가능하다 간혹 한결같지 않은 삶 속에서 한결같은 그 무엇이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그 사람이 심지가 굳다거나 그 사람을 우러러 보게 만드는 아우라 같은 것을 느낀다 결코 아무나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질적 한결같음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생을 위협을 받고 이유도 모른채 후달리며 살아가기도 한다 벗어날 방법도 곳곳에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손내밀지도 못한 채, 수 많은 기회를 놓치지도 한다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게 무엇인지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괜찮다 다 놓쳤다고 생각하는 그 때에 기회는 다시 온다 마음만 먹으면 기회는 늘 오기 마련이다 파도가 늘 밀려 오듯이 생의 순간도 비슷한 강도로 밀려왔다가는 밀려간다

파도를 타듯이 생이 순환하는 흐름에 용케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지금껏 엇갈렸다면 숨을 참고 때를 기다려 순환하는 흐름 속에 몸을 깊이 던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남은 날들은 한결같음의 옷을 입으면 된다 우리는 살면서 기대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일들에 희비를 갖게 된다

슬픔이나 고통이 많았으면 그런 타성에 젖어 점점 기대나 희망을 저버리고 비관적이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 슬픔이나 고통이 도를 지나면 그 다음의 날들에는 기쁨과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새벽은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나야 오고 떨어져 보면 절벽인지 바닥인지 알게 된다

아직 오지 않았다고 더욱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고 그 기회는 노력한다면 더 빨리 더 많은 양으로 손바뀜이 일어난다 한결같다는 것도 바라고 찾는 자에게는 다가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 순간 낚아채고 가져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비록 놓쳤다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주식시장과 비슷하지만 주식시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팔아치워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영영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며 그 기회는 인간인 이상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에 관심이 없고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의문이다 자기 것을 챙기고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살아갈 자유를 잃어버리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환경과 무관하게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쉽게 변한다거나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겉으로는 변한 것 같아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습관이나 버릇 근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그 근성을 보기 위해 우리는 사람들을 볼 때 겉으로 보여주려는 것 보다는 그 내면을 바라보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당하지 않고 사라아갈 수 있다 결국 한결같은 사람을 찾아 더불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이리라

한결같다는 것은 외부의 급변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 변함없는 상대의 것은 마음인가 씀씀인가 배려인가 독선인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나서 변함없이 한결같은 부분들이 자신 또한 변함없는 그 무엇이 있을테니 그런 자신과 잘 맞아 떨어질 때에 비로소 자신과의 관계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한결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해볼만한 충분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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