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스럽지만 전혀 따뜻하지 않은
옛스럽지만 전혀 따뜻하지 않은
지 잘난 맛에 산다지만지 잘난 맛에 산다지만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누구를 만나든 사람들은 모두 다 정말 다 나보다 잘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보다 못난 사람이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잘났다면 그냥 인정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라지만 속이 다 보일만큼 가벼운 잘 난 아니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인정하기도 무시하기도 애매하여 표정관리가 잘 안되기도 한다 한두번 인정해주면 한층 더 가벼워져서 나중에는 인정한 사람을 완전 무시하고 그냥 넘기자니 관계유지를 위해 상대가 섭섭해 할 것 같기도 하고 그 점을 알기에 인정하기는 떨떠름한 경우도 있다
뭐 그리 인생을 복잡하게 사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 사이에서 오래 살아가다보니 세상살이에는 늘 예기치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예기치 않은 말들을 들으면서 관계를 지속해야 할지 말지에 대한 번민은 있어 왔다 그리고는 봐줄만하면 봐주지만 아니다 싶으면 별다른 미련없이 그 관계를 끊기도 한다
중국의 옛서적에는 <사람은 자신의 장점으로 인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핵심은 장점이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무기가 된다는 의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나의 단점이 상대의 장점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단죄할 수는 없다 손자병법에도 적군을 포위할 때에도 언제나 도망갈 길을 열어두라고 한다 상대를 질타할 때에는 퇴로를 두지않고 몰아간다면 상대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과 아울러서 보복심마저 들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지인이 사는 산동네 미장원으로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다른 도시에 살다가 문득 또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고 보니 많은 것이 낯설어서 새삼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지인의 얼굴도 볼 겸 겸사 겸사 지인이 자주 가는 동네의 미장원으로 한 두 달에 한번 나들이 가서 컷이나 염색 펌을 하곤 했다
내가 사는 동네보다는 시설이 낙후하고 오래 됐지만 그래도 옛사랑방 같은 느낌도 들고 내가 사는 동네보다 선뜻 발들여놓기가 쉬워서 놀이 삼아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그 환상이 와삭 깨어졌다 물론 미용사의 솜씨는 가격대비 가성비가 좋았지만 손으로 지은 좋은 일을 입이 복을 죄다 까먹은 형국이다
사람들은 병에 대해서 모르니까 병원에 가는 것이고 머리손질을 할 줄 모르니까 미장원에 가는데 그래서 그 일들로 자기가 밥벌어 먹고 사는 줄을 알아야 하는데 머리손질에 대해서 모른다고 손님을 타박하고 무안할 정도로 정색을 하며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고 그것으로 개선장군처럼 자기 잘난 맛에 떠들어 대는 나이가 들만큼 든 미용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길을 온 손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기보다는 머리결이 나쁘다느니 어떻게 이렇게 숱이 많냐느니 하면서 툴툴거리며 자기가 알고 있는 기준에서 손님마다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만을 콕 찍어서 치부를 까발린다 자신의 단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미용사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들기도 민망할 정도로 당당하게 말한다
물론 자신의 기준에서는 바른 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어디 말이라는게 아 다르고 어 다른데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하등 도움이 안되고 자기 하소연 같은 바른말을 만하고서 인간관계가 제대로 잘 형성되고 진행될 것같지는 않다 말하는 맛이 있을까싶지만 말은 한마디에도 정이 뚝 떨어지거나 찰싹 들러붙는다 설사 그게 정직하다고 한들 자신을 치켜세우는 말이 될까 그 바른 말은 하는 방식에 따라서 상대의 가슴을 지르는 비수가 된다 살만큼 산사람이 여태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물론 그 사람은 머리카락에 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만심에서 오는 당당함을 가지고 여태 어떻게 장사를 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그만한 미용실은 세상에는 지천으로 늘려있다는 사실을 왜 자신만 모르는 것일까 나이든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시점에서 절이든 교회든 폐업하는 곳이 있듯이 오래된 미장원도 마찬가지 아닐까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개천의 용도 아니고 고랑물의 지렁이 정도인데 규모며 실력인데 이 사람이 왜 오는지에 대한 파악이 안되는지 오가는 사람들이 입인사로 하는 말들 그냥 하는 칭찬들을 들으면서 자신이 대단한 양 여기고 소쿠리 비행기에 타고는 태평양을 나는 환상에 빠진 것같아 참 할 말이 없었다 널리고 널 미용실인데 앞집도 옆집도 버스 한구역 당 미용실이 서너개는 있는 동네네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긴 한데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식적인 웃음에 사이코패스같은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상대의 감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단호하고 차가운 칼날같은 말이 싸늘하고 진저리치게 다가왔다 아마도 인연이 여기까지인가 보다라라는 생각없이 하는 말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머리숱이 많은 게 미용사에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 다시 발걸음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머리를 조금 잘 만지고 겸사겸사 할 수 있는 장소라고 치더라도 더 괜찮은 곳은 어디든 존재한다는 것을 다만 미용사 자신만 모를 뿐이다 앞에서도 사람을 씹는데 뒤돌아나가고 나면 얼마나 더 열심히 씹어댈 게 분명한 그 사람은 왜 자기만 잘난 줄 알까 도토리 키재기 같은 세상살이에서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지 생각을 해 보기나 할까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라고는 하나 너무 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손님들에게 좋은 말을 하기보다는 손님의 약점을 반복적으로 말하면서 손님의 기를 죽인다고 자기가 높아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을 왜 모를까 남이 높여줘야 올라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늘 웃는 얼굴이라 상냥하고 고운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웃음은 가식이며 만들어진 웃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가짜 미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질렸다 사람들이 들락거리니까 더 이상 친절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그곳에서는 왕이라도 되는 줄을 알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 받아주니까 함부로 나대기까지 했다
기분이 나쁘면 안가면 그뿐이다 푸대접에는 어떤 대꾸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럴 가치도 없고 에너지를 쏟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 정도인 사람이었나 라는 말이 입술까지 나왔지만 화를 내거나 어떤 조언 섞인 말을 한다면 싸우려고 들 게 뻔하기 때문에 싸우면 같은 수준이 되고 마는 것 같아 그냥 덮었다
이미용과 같은 서비스 업종은 커트 솜씨나 펌 솜씨만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친절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것이 안되면 물론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니 인간관계에서 그것도 나이 지긋한 시점에서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면서 내머리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입으로 나오는대로 다 말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이좋고 매부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조금 가까이 지내다보면 자신이 좀 잘하고 자신감이 있는 부분에서는 못된 버릇이 나오는 것 같다 얼마나 마음공부가 되었느냐에 따라서 그 정도가 있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의 불평과 상처받은 사람이 생겨나면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던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버릇은 여전히 내다 버리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의 창구멍으로 세상을 내다 보면서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의 본질은 다른 모습을 비추고 결과도 달라진다 그 내부 사정이 뭔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고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한 상대의 빈응을 살피면서 말하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이고 장사하는 사람의 예의일텐데 장사가 잘되고 칭찬을 듣기 시작하면 교만이 찾아와서는 도무지 봐 줄 수가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로 나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교만이 고슴도치 침같이 일어 상대를 찔러대는 그런 사람을 대하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을 살만큼 살았고 다른 사람보다도 조금 더 뭘 할 줄 알고 그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데 다른 사람이 예의로 칭찬을 하면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자신만이 세상을 평정할 자라는 생각으로 말의 날카로운 칼날로 상대를 서슴없이 베어내고 개선장군처럼 웃어대는 그 모습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불쾌하다
신발을 만드는 사람은 산발이 닳은 모습에 따라서 그 사람을 평가하고 디자이너는 그 사람이 입는 옷의 패턴이나 색상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미용사는 머리카락으로, 평론가는 그 사람이 쓴 글로, 요리사는 요리로 상대를 평가를 한다 그런데 사람의 본질은 보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이 그저 자신이 재단해 놓은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자신이 아는 것만으로 두부모 자르듯이 재단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분야에서는 나름 실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우대할지 모르지만 아직 인간이 한참 덜 되었다 언제든 여지없이 떨어지는 가벼운 칭찬의 소쿠리 비행기를 타고 마냥 하늘을 훨훨 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어리석은 모양새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일을 오랜시간 하다보면 너나 할 것없이 대체로 그 방면에 반은 전문가가 되어 간다 설사 그 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특히 일상사에 관한 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익히는 정도의 기술이라면 반풍수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대단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 양으로 착각하고 사람들을 아랫사람 대하듯 부리듯이 갑질하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자화자찬에 뻑신이 강림한 조금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게다가 함부로 말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아닐까 누가 이런 사람을 좋아하고 그곳에 가고 싶어할까 실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심성이나 밀버릇은 과연 얼마나 갈까 가장 고치지 못하는 병이 거만한 병이라고 하지 않던가 거만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남을 업신 여기는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겠으며 그 수명은 얼마나 길까 결국 도태되어 영원히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인간이고 더 먼저 사라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 행운의 명줄이 얼마나 길고 짧으냐는 본인의 입과 행동거지와 처신에 달린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만큼 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대할 때에 얼마나 유연하고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좀 깨닫고 살아가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서 깊이 깨달은 바 중의 하나가 바로 마음과 시야가 굳어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