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누구나 가지지만
언제나 불리지만
마음 다해 부르면
그 순간부터
인연의 끈을 묶지.
억양도 가락도
영혼 깊이 스며들어
부드러운 초록으로
귓속을 드나드는 속삭임으로
때로는 쇠망치가 되어
삿대 잃은 생의 돛이 되지
아이들을 가르치던 일을 하는 동안 느낀 것이지만 같은 이름이 많아도 그 느낌이 다른다는 점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름에 '희' '숙' 등이 들어가는 이름이 참 많았다 이름이라는 것이 참 묘해서 처음에는 잘 외워지지도 않지만 어느 순간에는 아무리 같은 이름이라고 해도 앞에 '큰' ' 작은' '흰' '예쁜' 등의 수식어가 붙어 대화의 확실성을 위해 수식어를 단 이름 부르기에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 아이의 특징과 이름을 연관 짓다보면 이름이 그 아이와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자신에게 붙여진 이름에 따라 아이의 성향이 바뀌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만든 여인을 조각하여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인처럼 대하고 아프로디테의 축제날에 진짜 여자가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는데,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가 에로스를 보내 조각상에 입 맞추자 여인이 되었고 피그말리온은 상아 여인인 갈라테이아와 결혼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태어나면서 어떤 이름을 부여받게 되고 그 이름처럼 살아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에 세뇌되어 자신의 이름에 딱 맞는 삶을 살아가거나 그렇게 되기를 은연중 소망한다
하지만 이름은 힘든 삶을 살아갈 때에 자기 삶의 길을 열어가는 역할이 되기 하고 마음의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의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또 다른 이름인 아호나 자호 호 등을 스스로 짓기도 하고 어른들께 받기도 하면서 이름에서 결의를 다지며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호명 역시 깊은 뜻을 담고 있고 들을 적마다 자신의 뜻과 삶의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시의 착상과정은 누구나 갖는 이름이고 같은 이름이라도 다른 한자 같은 한자라 하더라도 다른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는 명명행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