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오늘 시』
푸른 토마토
모두가 떠난 철거예정 낙동강변
서리 맞아 시꺼먼 환삼덩굴 속에서
철새 알 인양 애써 숨기며
철없는 생명 키우는 너를 만났다
삶이란 내동댕이칠수록
상처 없이 살아남아야 강하다
아니 지금은 멍투성이로도 충분하다
뿌리는 끊어지고
줄기만 손에 닿은 너의 아랫도리에는
올망졸망 푸른 알이 슬어
제 무게 이기지 못하고 비스듬히 드러누운 들녘에서
이슬만 받아 붉은 세상 꿈꾸는 너는
푸른 토마토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주변을 모두 갈아엎었던 적이 있었다 지인이랑 낙동강을 따라 함안보까지 강 따라 드라이버를 하다가 문득 멀리서 바라보니 서리 내린 날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식물이 있어 차를 대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환삼덩굴이 너무 많이 덮여 있었고 그 아래 무언가가 붉은색이 도는 열매가 보였다
환삼덩굴의 열매일 리 없어 더 가까이 걸어가 보니 농사짓던 흔적이 보이고 토마토 농사를 짓던 곳인가 보다 여기저기 비닐하우스의 잔해물과 장작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마을을 떠나고 포클레인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마침 비 내린 뒷날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땅이 젖어 푹푹 빠지는 지경이라 일을 하지는 않아 보였다
떨어져 나간 토마토 줄기에서 푸른 토마토를 조금 땄다 장아찌를 담을 생각했다 작은 유리병에 한병 정도 양을 따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는 토마토를 잘 씻어서 물 술 식초 간장을 1:1:!:1 비율로 하고 설탕 대신 매실액을 1/3 비율로 넣어서 장아찌를 담았다 생각보다 병이 작아서 토마토가 남았다 유리그릇에 담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뒀더니 2-3일이 지나자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낙동강 일대는 오래전부터 부산 경남 일대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가던 곳이다 이곳 사람들 덕에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값싸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4대 강 개발이 되면서 이들은 거창이나 함안으로 떠나거나 좀 더 깊은 값싼 땅을 갖기 위해 시골로 떠났다
덕분에 우리는 좀 더 비씬 과일과 채소를 먹게 되었고 덜 먹게 되었다 개발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눈에 보기 좋다고 자연적인 모습을 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