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 『서랍 속의 시詩』




겨울나무





한때 뜨거운 날들

모두 벗고 홀가분하게 서서

줄기마다 새겨둔 그리움도 모두 비운다


겨울이 깊을수록 차오르는

욕망은 침묵으로 단단하고

칼바람도 어쩌지 못하는 고독


속으로 키우고 쌓인

앙상하고 삶은

팔을 벌리고 가슴을 열어

다 떠나 보낸다


추운 세상에서

겨울나무로 사는 사람들이

하나를 위해 모두를 내보내는

그렇게 보내는 그 마음, 안다



추운 겨울을 살아 본 사람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그 추위가 얼마나 암울한지 잘 안다 그리고 겨울에 뜨는 해의 고마움도 잘 안다 하지만 겨울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고마운 날들이라 것을 아는 데는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마디로 매섭고 칼바람을 견뎌봐야 봄날의 따뜻함을 잘 알게 된다는 말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는 나무들을 보면서 건드리면 툭 부러지는 메마른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나무들도 춥고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구나 저들도 그런 시간에는 제 한 몸 뿌리를 위해 가볍게 버리기도 하는구나 싶다

살다 보면 겨울을 보내기 위해 잎을 다 떨구는 나무도 있고 잎을 다 가진 나무도 있다 우리가 나무를 심을 때나 자연림 속에서도 상록수는 낙엽수에 비해 20% 정도의 비율로 살아가는것이 햇빛이나 생육조건에 좋다고들 한다 물론 소나무만 무성한 숲도 낙엽수만 무성한 숲도 있다 활엽수만 있다면 겨울산은 민둥산이 되어 나무 아래에 사는 식물들도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반면 상록수만 있으면 그 나무들 아래에 사는 다른 나무들은 빛을 잘 받지 못해서 새로운 개체가 새롭게 뿌리내려 잘 자라지 못하고 소나무 잣나무 등의 진을 내는 나무들은 불이 나면 낙엽수들은 불이 나면 자기만 타버리지만 상록수는 그들이 가진 송진이 오히려 불을 부추겨 이웃으로 번져 대형 산불이 되곤 한다

강원도에 와서 살면서 대형 산불이 몇 번 나고 산불이 날 때마다 그 연기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무의 생리들을 사람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독야청청 사시사철을 잘 견디며 살아가는 상록수와 추운 겨울이면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낙엽수들의 몸부림을 보면서 상록수 같은 사람 낙엽수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과 자연의 섭리를 돌아보게 된다 나무와 사람이 사는 것이 몇몇 조건들을 제한다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잠시 피었다가 겨울을 맞는 생이 대부분의 사람들이고 사철 내내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무들은 그냥 받아들이지만 사람들은 20%에 들기 위해, 사철 푸르게 살아남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그래야만 하고 그래서 그 덕분에 인류가 오늘날까지 생존해 온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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