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빗자루
가을이 가까이 왔는지 이곳 풀밭에는 억새꽃이 한창이다 정말 탐스럽고 늘씬한 품새가 뭔가를 말하는 듯 보인다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억새꽃을 뽑아서 책상 위를 쓰는 빗자루로 만들고 싶다 그런데 요즈음은 혼자서 노닥거릴 그럴 경황이 별로 없을뿐더러 쯔쯔가무시 같은 벌레들이 싫어서 잘 시도하지 않는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이곳 자연은 정말 손이 가지 않은 곳이 많다 억새도 낙동강변의 것과는 달리 크다 환경이 좋아서인지 억새풀꽃 색도, 반질거리는 질감도 부드럽고 건강하고 늘씬 늘씬하게 꽃대를 뽑아 올라 잘 생긴 외모를 자랑한다
억새는 덜 피었을 때에 길게 뽑아내서는 끓는 물에 급하게 데쳐내어 그늘에 말리면 꽃이 더 이상 피지 않고 부드럽다 다 마르고 나면 아랫부분을 끈으로 묶으면 빗자루가 되고 수수빗자루보다 잘 쓸린다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안다
수수빗자루가 엉성하고 세서 주로 마당이나 큰 물건들을 쓸어내는 데 사용한다면, 억새로 만든 빗자루는 먼지나 잘 쓸리지 않는 가루들을 쓸어내는 데는 유용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빗자루와는 비교되지 않는다 물론 청소기와는 비교불가이겠지만 청소기기로 쓸 수 없는 곳에 억새 빗자루는 쓰임새가 많다
나는 억새 빗자루가 쓸어내는 그 부드러운 깔끔함이 좋다 부드럽고 힘이 없이 나긋하지만 제 할 일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일꾼의 성품을 지녔다.
억새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는 맛은 솔솔 한 재미가 있다 그래서 책상 위나 책 사이의 자잘한 먼지 키보드 사이에 끼인 먼지 등을 청소할 때에는 청소기보다는 억새 빗자루를 사용하는 편이다
요즘도 나는 가끔은 큰 시장으로 나가면 억새 빗자루를 사려고 찾아다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