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고요한 물을 바라보면 마음도 고요하다

풍랑 이는 물을 보면 마음에도 파도가 친다


송두리째 던져도 깊은 곳에

알갱이만 남기고 떠나는 물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다

곳곳에 머물며 어르고 다독이고

마른 풀 위로하고 저무는 햇살 나누며

쓸쓸함 어려움 부끄러움 다 가려주는

다정한 손길을 가진 비가 된다


산골물을 보면 마음이 깨끗하다

강물을 보면 따라가고 싶고

바다를 보면 나도 바다가 된다


바다가 짠 것은 그의 생이 짜서

너무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짜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받을 수도 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은 자신의 모양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물을 닮으면 삶을 유연하게 살아간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그게 쉬운가 좋은 의미로 물성을 닮아 상대의 이익에 맞춰서 물처럼 되기도 하지만 줏대가 없이 형세에 맞추어 수시로 자신을 변화하는 것으로 나쁜 의미로는 기회주의자라고도 한다 다른 점은 기회주의자는 이익의 주체를 자신에게 둔다는 점이다

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力 수지적야불후 즉기부대주야무력

물이 고여 쌓인 것이 깊지 않으면(水之積也不厚) 큰 배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則其負大舟也無力)는 의미있는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지식은 노력 여하에 따라 넓어질 수 있다 하지만 깊이 있는 생각하고 이해하고 행하기란 하기란 쉽지 않다 단지 얄팍한 지식을 많이 안다는 것은 얼마나 시끄러운가 깊이 생각하고 오래 생각하고 서로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깊이 있는 삶을 뜻한다

얄팍한 지식이 쌓인 것은 흘러야 하는 물이 한곳에 고인 것이고 생각이라는 내면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입안에서 썩기 밖에 더 할까 물은 흘러야 하고 자신이 가진 것은 나누며 흘려야 한다 산골물이라면 산 아래로 내려가서 마시는 물이 되기도 하고 송사리 떼 물새떼의 목도 축이고 어여쁜 꽃들도 키우고 빨래를 씻는 물이 되기도 하면서 소임을 묵묵히 수행하는 물이 되면 좋겠다 그러다가 강에 이르면 배를 띄우기도 하고 갈대를 적시기도 하고 철새들을 불러 함께 밤을 지새우고 사람들의 손발을 씻기고 목마름을 축이는 물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바다로 나가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가 되기도 한다

바다가 짠 것은 그의 생이 짜서 너무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짜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의 짠맛을 너무 잘 이해한다 다 받아들여야 하는 그 마음이 어떤지 잘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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