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소리
소리에도 모양이 있다
입을 둥글게 하면 소리도 둥글고
길게 펴면 소리도 넓게 퍼진다
종소리 매미 소리는 동그랗고
새소리 귀뚜라미 소리는 뾰족하고
솔바람 메아리 소리는 시원하고
물소리 소 울음 소리는 푹 퍼진다
새벽이 오는 소리는
꿈이 자라는 소리는
밤이 떠나는 소리는 모두 비밀이다
저마다의 거대한 희망 품고
홀가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장 아래에서 조용히 피는
꽃은 모양 없는 소리를 낸다
폭포수 소리는 시원하고 기차가 지나는 소리는 시끄럽다 음악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고 풀벌레 소리는 계절을 알리는 신호음이다 사람들은 소리에 민감하기도 하고 혹은 둔하기도 한다 산에서 부는 바람 소리는 적막을 깨기도 하고 절 간의 풍경소리는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바다에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소리는 활기차고 재미있다 세상에 소리 없이 살아 있는 것은 없고 서로 같은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등에 짐을 지고 가면 자신도 모르게 끙끙 앓고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꽃이 핀다 어디엔가 부딪치는 소리는 두렵고 불쾌하며 짐을 실은 배들은 뱃고동 소리를 울리고 항구에 도착하고 화물차들은 졸린지 경적을 울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소리만 들어도 즐거운지 슬픈지 시끄러운지 평온하지 않다 소리는 들릴 뿐이지만 그 소리들로 사람들은 온갖 느낌을 안다 소리로 익혀온 경험이 많아서이다
친근감이 가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소름이 끼치도록 피하고 싶은 목소리도 있고 다정다감하여 죽어도 잊히지 않는 목소리도 잊고 그리움이 꽉 찬 목소리도 있다 소리는 귀와 한 팀을 이룬다 귀가 기억하는 추억이다 눈이 기억하는 추억과 달리 소리가 기억하는 추억은 좀 더 섬세하고 오래간다 소리의 기억은 고저장단이 있고 밝고 어두움이 있다 경쾌하기도 하고 침울하기도 하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기쁨도 있다 겨울의 끝 무렵을 알리는 매화꽃이 벙그는 소리는 귀로 들을 수 없지만 눈으로 들을 수 있다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소리는 모두 눈으로 듣는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하면 그만큼의 아름다운 세상을 못 보고 지나가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소리 없이 다가와서는 소리 내며 일순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