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그림자에게



언제나 말없이 따라다니더니

어느 순간 키보다 훌쩍 자라

깜짝 놀라게 하더니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점점 작아진다


하늘을 바라보면 길어지고

드러누우면 아예 납작하게 눌려

어디론가 사라져서는

감당 못할 꿈을 꾸는 또 하나의 나


아무리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같이 가자 손 내미는

의리 있고 다정한 친구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면서 살아왔다 결국 답을 얻지도 못한 채 주어진 순간순간을 나름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길을 내고 걸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늘 후회와 아쉬움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가장 싫어하는 게 후회라는 감정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줏대가 약하고 자기주장에 흔들려 후회를 수많은 낳기도 했다 살면서 후회 없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앞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잘하고 산다고 해도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몇몇 판단은 후회스럽기 짝이 없고 영영 되돌릴 수도 없다 되돌리기보다는 오히려 잊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훨씬 나은 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툭툭 다 털어버리고 지나간 일은 특히 후회와 미련과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 버리고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이 안으로 나있는 새로운 길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나설 수 있다 홀로 나서는 게 아니다 반드시 그림자가 함께 한다 새로운 옷을 입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절친인 그림자가 함께 길을 다라 나선다

그게 자신의 것이었으면 언젠가는 어떤 경로로든 되고 가질 것이었으면 가지게 된다 하지만 때가 지나면 그럴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러면 그것은 깨끗하게 포기하거나 또 다른 그것의 가치가 지닌 무게만큼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되어 온다고 믿는다 다만 사람들의 집착이 다른 눈을 열게 놔두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고 매진하여 스스로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잘 살아내고 싶다 여전히 꿈을 간직한 채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진심으로 언젠가는 만나게 될 꿈을 위하여 매 순간 증진하면서 그림자의 발도 맑고 따뜻한 길을 걷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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