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마음속의 화는
물길처럼 가라앉다가
불도 물도 아닌 채로
어둠도 빛도 아닌 채로
반짝이며 붉게 오르내리다가
평정심을 버린 다음
남은 불길 쓸어 모아
마지막으로 자기 몸을 태운다
그래도
다 살게 되어 있다
고들 말한다
세상의 물들은 높이가 같으면 강이 되고 높이가 다르면 폭포가 된다 잔잔하면 호수가 되고 출렁이면 바다가 파도가 된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물처럼 때로는 폭포수처럼 무직정 떨어져 일렁인다 다스린다고 해도 말처럼 쉽지 않다 속세를 떠난 사람들은 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한 여전히 쉽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화를 다스린다는 것은 온몸으로 전부를 기억하지는 않는 것이다 전부를 기억한다면 결코 화 따위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평정 DNA의 기록을 외면하기에 화를 내고 자신을 불사르도록 깊이 화를 내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기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잘 다스린 마음이 바늘구멍보다 작은 마음에 무너지기도 한다 잘 산다는 것에는 물질적으로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에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환경 자체를 다스릴 필요가 없는 심심한 상황으로 옮긴다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덕분에 덜 민감하고 덜 아프고 덜 무너진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디 맹모뿐이랴 자신의 마음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세 번이 아니라 수십 번도 옮겨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잘 살아낼 수 있는 곳을 찾아 가급적 평정심을 가질만한 상황을 만들면 훨씬 몸에 좋을 것이다
그래서 몸이 아픈 사람들은 자연을 찾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화를 잠재우거니 떨쳐버린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연인이 될 수 없기에 유사한 환경이 가능한 곳을 터전으로 삼으면 한결 화로부터 멀어져 살기가 나을 것이다
옮기기가 쉽지 않으면 별 수 없이 마음을 다잡아야 하고 그 감정들이 오르내리면서 화에서 평정까지를 수십 번 수백 번 오르내리게 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알게 된다 화에 붙들여 사는 그 삶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고 자신을 아프게 하는 것인 줄. 그러면서도 그러한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과 그 심정이 얼마나 더 자신을 괴롭힌다는 것을.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다>는 말을 믿기지 않는다
농경시대에도 통하지 않는 말이 요즘 세상에는 당연히 더 통하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더욱 녹록하지 않고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생각은 수천 배 복잡해졌다 결국 이전의 우리 민족이 한이 많다고들 했지만 요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화도 많은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자신이 낸 화를 자신이 감당을 못하고 자신을 파괴하기에 이르는 분노 조절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도 늘려 있다 도시로 갈수록 경쟁이 심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을수록 더 심하다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고 덕분에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잘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잘 되는 경우를 기대하면 나쁜 걸까 그렇다면 수저론은 왜 있는 걸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왜 있는 걸까 운명이고 팔자라는 말을 믿어야 할까 '사람은 다 살게 되어 있지만 다 잘 살게 되어 있지는 않다 어떻게 어디서 얼마나 더 잘 사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