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번의 기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딱 한번의 기회




딱 한번 사는 인생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살아보지도 못할 세상을 꿈꾸고

울어보지 못할 슬픔을 미리 슬퍼하고

가지 않아도 될 곳을 미리 겁내면서

넘어지고 아파하고 고통을 받는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의로운 사람이 되려고

부자가 되려고

애쓰던 사람들도 모두 한곳으로 사라져서는

지금은 이름만 덩그라니 남아

관심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딱 한번 뿐인 기회를

한번 지나가면 그만인 이 시간들을

우리는 너무 많은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살아도 짧은 게 인생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루하루를 유용하게 산다고 해도 흘러가는 강물처럼 두 번 다시 같은 시간을 살 수 없다

단 한번의 기회를 갖고 태어나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누구나가 다 같은 삶을 살지는 않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뾰족하게 말할 수 없는 것도 인생이다 한번 떠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단한번의 기회로 이루어진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이 꽃의 일생이라면 사람 역시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되돌릴 수 없는 일생을 살다간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성숙하면 성숙한대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다간다 때로는 타인의 것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탐하기도 하고 넘겨다 보기도 하면서 제자리를 벗어나기도 하고 지키기도 하면서 흔들리기도 하고 불안해하면서 살아간다

가슴 설레는 일도 힘들고 슬픈 일도 소풍 같은 날도 줄을 지어 기다리지만 한결같이 그 하루는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하루가 지고 나면 또 다른 하루가 꽃처럼 피어난다 그래서 영원한 줄 알지만 그렇지가 않다 잠시잠깐 머물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누구나 너무 잘안다 그래도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잊고 싶어한다

움켜쥔 것이 많은 사람들은 놓아야 할 것이 많다 그렇지만 홀가분하게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누구나가 꽃길을 걷고 싶어하고 단한번이라도 꽃길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은 한 인생의 꽃길을 걷기가 어디 그리 쉬울까

꽃길을 걸을 수 없다면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꽃이 되어주면 어떨까 불평없이 꽃으로 피어 곷길을 열어 주는 것 섭섭한 것 없이 서운한 것 없이 잘 되라고 잘 걸어가라고 환하게 길을 여는 사랑하는 그들이 가는 길에 곷이 되기로 하는 마음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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