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봄』







저 홀로 살 수 없어서

밥알들도 다닥다닥 붙어

입속으로 들어간다


저 홀로 타오를 수 없어서

장작불은 저들끼리 어울려서

가마솥을 불태운다


저 홀로 살아갈 수 없어서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추운 겨울 곁불을 쬔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이다 사람의 온기로 사람이 되어간다 한때는 모두가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여 태어나고 자란 아기였고 언젠가 모두가 다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이 되면서 사라진다 불이 켜진 집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살아가가면서 소망을 키운다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세상의 대부분은 어울려서 살아간다 독야청청하는 소나무는 자식을 잘 키우지 않고 자기 그늘 아래 다른 나무를 키우지 않는다 하지만 죽어 장작이 되면 겹치고 포개져서 서로를 껴안지 않으면 제구실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도 개천에서 난 용이 된 사람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홀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알게 모르게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 날이 추울수록 살기가 힘들수록 사람은 사람을 기대어 살아가는데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함께 하늘을 보고 사람과 사람 사이로 가는 길이 있어야 한다 홀로 서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홀로 흔들리며 홀로 슬퍼하지 않도록 등을 토닥거려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겨울 들판 같은 휑한 세상을 위로받고 위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무엇을 남기고 가는 것이 삶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단순하고 간결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고의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면 그런 삶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면 자신과의 과도한 싸움도 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생이라는 게 어느 길에서 멈출지 모르기 때문에 버겁고 힘들다면 그러한 상황들을 놓아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생각을 바꿀 수 없어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혹은 타인의 만든 환상의 틀에 자신의 인생을 계속 꾸겨 넣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조언을 해도 전혀 듣지 않는다 스스로를 이런 사람이라고 깊이 단정해버리고 바꿀 생각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힘들고 맞지 않은 사람과 살면서 많은 일에 불평불만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와 같은 삶이라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마음일 것인데 차라리 길을 바꾸라고 조언을 한다 그게 옳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현재가 아무리 우울하더라도 지나가버리고 나면 약간은 그리울 수도 있다

내 인생은 내가 쓰는, 쓰면서 동시에 낡아가는 단 한 권으로 끝나는 단행본이다 처음 시작은 내 뜻이 아닐지라도 마무리는 내 뜻대로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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