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봄봄봄』
소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산으로 드는 길가에
반쯤 드러누운 소나무
저렇게 휘어 수십 년을 살아있다
처음 누군가가 모질게 밟았거나
비바람에 꺾인 허리로 실았거나
아랑곳 않고 솔방울 많이도 달았다
언덕아래 내려다보면
솔방울이 굴러 자란 솔씨는
어린 솔밭을 새로 만든다
꼿꼿하게 서 있는 어린 소나무
구부러진 채 사는 저 소나무가
솔방울을 많이 단 이유를 았았다
산길 초입에 들면 소나무가 한그루 길을 막다시피 한다 도시 같았으면 아마도 받침대를 세워주거나 잘랐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리라 하지만 다니는 사람이 드문 곳이라 소나무는 아예 180도에 가깝게 구부러져 있다
허리가 구부러진 채 온갖 일을 하는 할머니 모습이다 바라보는 마음이 내내 불편하다 그런데 가지마다 정말 많은 솔방울을 달았다 감히 셀 수도 없을 만큼 어지럽게 달고 있다 소나무는 자신의 생존이 위협당하면 솔방을 많이 단다고 한다 같은 소나무 숲이라도 민가 근처의 소나무는 솔방울이 더 달고 한적하고 사람이나 짐승들의 손이 덜 가는 곳에 사는 소나무는 솔방울이 덜 달린 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길가에 구부러진 저 나무는 자손을 남기려는 어미의 마음이고 그 마음이 짠하게 다가온다 사람이 지날 때마다 얼마나 떨었을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곳에 자리 잡아 해마다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며 솔방울을 달았을까 라는 마음이 들면서 소나무를 바라봤다 언덕아래는 탐스러운 어린 소나무들이 마치 묘목장처럼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누구를 탓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제 서 있는 곳에서 제 슬픔을 삼키며 솔방울을 달고 제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부러져 있지만 나름의 기품을 지닌 저 소나무는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 라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솔방울은 소나무의 간절하고 애절한 소망이라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