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자의 인식 코드로 읽는 여성성

서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서론



페미니즘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갈래로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고 여성성을 옹호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19세기 사상가들이 여성을 억압과 굴종 천시와 열등의 대상으로 보던 전통 사회의 왜곡된 시각에 회의를 제기하면서 활기를 띠었으며 본격적 자의식 운동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루어졌다.

1960년대에 이르러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으며 당시의 정치 문화 사회의 영향으로 더욱 발전되었다 이가 출현하기 이전 많은 여성은 대체로 독립 주체자로서 지위를 상실한 채 살아왔다 왜냐하면 기존의 전통적 가부장제가 간주한 여성성(feminine)은 여성 개인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인정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여성은 상냥함 공감 능력 예민 수동적 연약함 모성 친절 포용 유혹 외에도 한 억압적인 관계 속에서도 조화로운 원초성의 관계로 감싸 안는 여성성을 지니는 점을 모성의 전형으로 삼아왔다. 반면 남성성은 여성성과 대립되면서 근대적 이성적 이원적 상징적 절대적 공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보았다

또 남성성과 대립되는 이원적 가치 체제로 여성성을 규정짓고 남성성의 하위 질서에 두었다. 하지만 남성의 관점에서 평가되고 길들여진 기존의 인식에 일관되어 왔던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여성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갖는 한편, 나아가 남성지배적 사회 문화 즉,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한편, 로즈마리퍼트남 통의「페미니스트 사상」(한신문화사 2000)에서는 페미니즘 이론을 몇몇으로 범주화한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이란 18~20세기에 걸쳐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교육, 시민권, 경제권을 주장하였던 기회 제도적 불평등에 중점을 두고 남녀 간의 사회적 권력의 차이로 젠더의 권력이 생긴다는 점을 들어 남성과 동일함을 역설한다.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즘에서는 여성 억압이 개인의 의도적 결과가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구조의 산물로 본다 여성의 일이 여성의 사고 속성을 형성한다고 믿으며,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가정, 가사노동임금 등에 대해서는 여성을 억압하고 이해를 종식시키는 수단으로 생각하였다.

급진적 페미니즘에서는 성별체제가 여성을 억압하는 주요 요인으로 본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과장하여 남성지배적 이데올로기에 토대를 두어 여성의 생물학적 종속적 예속적 역할을 강요한 부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에 중심을 둔다. 나아가 모성과 재생산 그리고 젠더와 성의 문제를 탐색하였다.

정신분석적 페미니즘에서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응용하여 여성 압박의 근원이 여성의 정신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고 전제한 실존주의 페미니즘은 시몬 드 보봐르가 여성의 자아 인식을 주창한 점을 들고, 사회주의 페미니즘에서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라는 이중체계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포스트모던페미니즘에서는 서구의 남성중심주의를 해체하여 여성을 보다 근원적인 것으로 규명하려는 점을 든다. 시몬 드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성은 여성의 선천적 본성이 아니라 여자가 태어난 다음 가부장제적 사회의 문화적 기제들에 의해 재구성된 특성이다(신옥희 2009) 이는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여성으로 태어나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여성적 특성은 가질 수 있으며 현대적 개념에서 여성성이란 지역 맥락 사회적으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여성 개인의 선택으로 구성된다.

현대시에서는 90년대 이후 여성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각은 문학작품에서도 나타난다. 결과적으로는 남성의 시각에서 근거하여 평가되고 여성의 덕목이라 여긴 잉태 인내 헌신 봉사 희생이라는 그간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본연의 인간성에 의거된 의미를 재부여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는 생명성을 넘어 모성성의 문제로까지 사고의 차원을 확장한다. 흔히 모성성은 여성만이 지니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인식되지만 이는 사회문화적 영향 속에 깊이 강요되고 만들어진 특성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성성의 중요한 한 갈래로 모성성이란 사전적 의미로 어머니로서의 본질을 말한다. 그런데 이 본질이란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 양육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희생이라는 성질이 내재된다.

이드리엔 리치에 따르면 모성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적 경험의 창조성과 기쁨이 잠재력이 될 수 있다.(평민사 1995) 하지만 그간 우리 시대의 모성성은 생물학적 속성이외에도 헌신 양육 희생 책임 인내라는 강요된 역할을 거부하거나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상황 속에 놓여 왔다

한국 현대시 속에서도 이는 예외가 될 수 없었으며 고정희 김승희 최승자 김혜순 문정희 박라연 나희덕 정끝별 등을 거치면서 모성성에 대한 사유의 확장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시에서 모성성은 시적 상상력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그 결과 기존의 가부장제 속에서 부여된 여성이라는 가치관에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하였으며 여성에 대한 전통적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 생명 탄생의 존재가치를 넘어 다양화된 모성성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흔히 모성성은 여성만이 지니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인식되지만 때론 사회문화적 영향 속에 깊이 강요된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신화와 설화 속의 모성성은 고난을 견디어 여신이 되거나 혹은 부득이하게 임신하지만 고난을 이겨내고 영웅을 출산하게 된다 그리고 기르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큰 희생을 치르고 끝내 자녀를 훌륭한 자리에 앉히는 모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유화의 몸에 햇빛을 비추어 주몽이 탄생하고, 당금애기(제석본풀이)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내 복에 산다⌟ (구전민담) ⌜무왕설화⌟ (삼국유사 紀異) ⌜바리데기설화⌟ ⌜삼공본 풀이⌟ (제주 신화) 등에서도 생명의 근원인 모성은 변화 내지는 상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시련과 고난을 거쳐 주체의식이 강화되고 주어진 환경의 변화 속에서 여신의 지위를 얻는 한편 모성이 힘을 획득하는 현상을 드러낸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모성 신화는 역시 남성중심사회에서 자기희생과 헌신 속에서 자녀 양육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맥락에서 해석된다. 신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초기형태의 문화로 지금껏 도덕성 정체성의 토대가 되고 있으며 이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상징 언어 등으로 구사되어 전설 민담 문학 서사시 등으로 존재한다.

작가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을 떠난 동등한 입장에서 화자의 인식 속에서 발현되는 여성성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나아가 대체로 여성성은 희생 헌신 수동성 등의 기존의 시각으로 특징 지워진 다양한 특성으로 읽혀지지만 이들이 화자의 내면화된 채 어떤 가치관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몇몇 작품 중심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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