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돌멩이다.

'나'는 누구인가요?

by 윤슬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입시 자기소개서, 취업 면접, 심지어 그냥 누군가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자기소개다. 일상적인 자리에서는 이름, 나이, 주거지, 학교, 취미, 특기 정도를 이야기하고 좀 더 면접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래서 너는 누구야?"


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말문이 막힌다. 그렇게 수도 없이 말했던 자기소개지만 그 속에 진짜 나에 대해 물어보면 "글쎄", "그러게",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라고 하게 된다. 나를 둘러싼 환경, 소속 또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키워드를 뽑아 설명하기는 쉽지만, 진정으로 나를 표현할 만한 단어는 찾지 못하여 항상 머뭇되거나 망설여진다.


나라는 존재는 작은 돌멩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겉에 풍성하고 반짝이는 포장지로 나를 감싸 화려하게 만든다. 그 물건을 받은 상대는 처음에는 굉장히 빛나는 보석을 받은 것처럼 기대하지만 포장지를 뜯은 후 돌멩이를 확인한 사람은 실망하고, 그 돌멩이를 그대로 바닥에 버린다. 나는 내팽개쳐졌다. 그 돌멩이를 다시 주워 더 크고 더 좋은 것들로 아무리 포장을 해봐도 결국 남는 건 돌멩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자기소개는 나라는 돌멩이를 포장해서 건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포장지에 싸인 나조차도 내가 돌멩이라는 사실을 잊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수도 없이 벗겨진 포장지를 보며 '나는 대체 뭘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라는 질문만 되뇐다.


이제는 포장지도 떨어지고 포장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아, 다시 아무것도 없는 그저 그런 돌멩이로 돌아왔다. 점점 내가 돌멩이인 것이 싫어지고 내가 누구인지 부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옆에 있는 돌멩이가 누군가에게 선택되어 보석이 되는 것을 보며 나도 누군가가 나를 주워가기만을 기다린다. 한없이 기다리기만 한다.


이 이야기가 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길 바랄 것이다. 누군가가 돌멩이를 주워 열심히 갈고닦아 마침내 그 돌멩이가 보석이 되는 그런 결말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본질적인 의문을 품어보자.


왜 나는 포장지에 싸여 있어야 하는가.

왜 나는 선택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왜 나는 보석이 되려 하는가.


나는 거대한 포장지에 나를 숨기거나 부풀리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서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지 않다. 나는 반짝이게 다듬어진 보석이 되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 나를 소개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돌멩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여전히 돌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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