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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9시간전

보통 미인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24화 - 보통미인

간이 2인용 식탁 기둥에 '혜진방'이라 적혀있다. 그 식탁 밑에서 혜진이 교자상을 가져다 놓고 놀고 있다. 색종이를 잘라서 그림책에 붙이고 있는 혜진.

미라는 거실의 요 위에서 누워 스트레칭하고 있다. 발을 공중으로 뻗쳐서 좌우로 움직인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나오는 현수, 간이식탁 밑에 앉아 있는 혜진에게 다가간다.

“이거 뭐야?”

“색종이 놀이.”

“유치원에서 준 거야?”

“응.”

“지금 유치원 선생님도 좋아?”

“응, 좋아.”

“선생님 예뻐?”

“응, 예뻐.”

그 말을 들은 미라가 스트레칭을 멈추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현수를 쏘아보며 따지듯이 말한다.

“예쁘면요?”

뜨끔한 현수, 미라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혜진에게 말한다.

“우리 밖으로 나갈까?”

그 바람에 뜻밖의 혜택을 받는 혜진.

“정말?”

“동생들이랑 옷 입어, 아빠도 옷 입고 나올게.”

현수는 쏘아보는 미라의 시선을 피해,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현수와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현수를 앞질러 뛰어가면서 소리 지르는 인주와 한주

그 모습을 본 혜진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얘들아, 뛰지 마!”

혜진의 말에 현수가 웃으며 혜진에게 묻는다.

“혜진이 너는 얘 아니야?”

“아, 아빠~.”

혜진이 투정을 부리듯 손을 들어 현수의 허리를 때린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나오자 혜진이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 어디로 갈 거야?”

미라를 피하려고 나온 현수는 어디로 갈지 정하지 못했다.

“글쎄, 어디로 갈까?”

“아빠, 저쪽으로 가.”

혜진이 상가가 있는 쪽을 가리키자 인주는 상가 반대쪽의 공원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빠, 저리로 가.”

혜진과 인주가 말하는 사이 한주가 앞장서서 공원 쪽으로 달아나자 인주도 뒤쫓아간다. 현수와 혜진은 할 수 없이 그들을 뒤따라간다.



공원에 들어선 현수와 아이들.

땅 위에 굵은 스프링으로 고정된 목마, 아이들이 쫓아가서 그 목마에 올라탄다.

현수는 녀석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잠시 후 현수와 아이들이 다시 공원의 길을 따라 걷는다.

혜진이 현수 옆에서 걷다가 느닷없이 묻는다.

“아빠, 엄마 왜 화났어?”

“뭐가?”

“조금 전에 엄마 화난 것 아니야?”

현수가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아, 그거. 선생님 예쁘다는 것 때문에?”

“응.”

“엄마도 예뻐지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빠, 엄마 예뻐?”

혜진이 현수에게 묻자 현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보통인 것 같은데.”

“보통이 뭐야?”

“글쎄….”

대답하기 곤란한 현수가 ‘글쎄’라는 말로 때우려 한다. 보통으로 생긴 것이 어떤 것인가 궁금한 혜진이 말한다.

“그러면 엄마에게 물어봐야겠다.”

혜진의 말에 현수는 급하게 태도를 바꾸며 말한다.

“엄마한테 묻지 마, 엄마 잘생겼어.”

“보통이라면서?”

“보통이라는 말은 잘 생겼다는 뜻이야.”

“그럼 나도 보통으로 생겼어?”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 혜진. 현수는 일이 점점 꼬여가는 것을 느낀다.

“글쎄, 너 세수했어?”

“어제 했어.”

“오늘은?”

“집에 가서 세수할 거야.”

“세수해야지 보통이 될 수 있어, 보통 되는 게 쉬운지 알아?”

얍삽한 현수는 고개를 돌려 혜진 몰래 웃는다.



인주와 한주가 조그만 바위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며 소리친다."

“나는 파워레인저 용사다!”

“아뚜뚜, 파파.”


현수가 웃으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시간이 흐른다.

따분해진 혜진, 현수의 손을 잡고 상가 쪽으로 끌고 간다.

그 뒤를 따르는 인주와 한주.


현수와 아이들이 상가 거리의 문방구점 앞을 지나치려 하자 혜진은 현수의 손을 잡고 못 가게 막으며 어리광을 부린다.

“으응~, 아빠 여기 들어가.”

혜진의 의도를 알아챈 현수, 문방구 앞을 그냥 지나쳐서 가려고 한다.

혜진은 현수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온몸을 뒤로 젖혀 현수의 걸음을 멈추려고 한다.

“아빠, 여기….”

“여기 들어가면 동생들이 장난감 사게 돼.”

현수와 혜진은 서로 밀고 당기는 사이에 한주가 문방구 안으로 쏙 들어간다.

“하, 참…”

현수는 할 수 없다는 듯 혜진의 손에 이끌려 문방구 안으로 들어간다.


문방구점 안에서 한주가 큰 장난감 상자를 집어 든다. 현수가 한주에게 다가가서 장난감이 든 큰 상자를 뺏어서 제자리에 놓는다. 그러자 한주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다시 그 상자를 집어 든다.

“안돼, 과자 사는 거야. 누나하고 형도 과자 살 거야.”

현수가 한주에게 말하자 한주가 떼를 쓰며 말한다.

“아따따, 자따따.”

현수는 한주의 장난감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한주에게 과자를 안긴다. 그리고 인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인주야, 너도 과자 사.”

“아빠, 나는 아이스크림 먹을래.”

“응, 그렇게 해.”

“아따따, 아따.”

한주의 말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현수가 한주에게 대답한다.

“그래, 그러면 한주도 아이스크림으로 사자.”

현수는 과자 대신 아이스크림을 사주려고 한주에게 안긴 과자를 뺏으려 한다. 그러나 욕심 많은 한주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

현수는 할 수 없다는 듯 인주에게 말한다.

“인주야, 한주랑 같이 아이스크림 골라.”


혜진아 분홍색 수영 안경을 들고 현수에게 다가와 내민다.

“아빠, 이거 사줘.”

“너, 집에 수경 있잖아. 또 사면 안 돼.”

“집에 있는 것은 인주 주면 되잖아. 나 이거 갖고 싶어.”

“인주도 수경 있는데?”

“그러면 한주 주면 되잖아. 아, 아빠~. 나 이거 사고 싶어.”

“아빠 돈 없어.”

혜진은 입을 삐쭉거리며 들고 있던 수경을 수현에게 떠넘긴다.

“아빠 미워.”

혜진은 삐친 눈으로 현수를 바라보며 문방구점에서 나간다. 

수경을 건네받은 현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현수는 녀석들이 들고 온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계산대에 올린다. 그리고 들고 있는 수경도 할 수 없다는 듯 계산대에 올린다.

“전부 얼마입니까?”

현수는 가격을 치르면서 문방구 입구 쪽을 쳐다보지만, 혜진이 안 보인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현수와 인주 한주가 들어온다.

1인용 소파에 앉은 혜진이 삐친 표정으로 현수를 곁눈질로 본다.

현수는 쥐고 있는 수영 안경을 들어서 혜진에게 보여준다.

혜진은 소파에서 일어나 현수에게 다가와 삐친 표정을 하고서 수현 손에 있는 수영 안경을 낚아채 소파로 돌아가서 앉는다.

미라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한마디 한다.

“혜진이 아빠하고 또 싸웠어?”

삐친 표정을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혜진의 표정, , 분명 승리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

미라가 놀리듯이 말을 한다.

“두 부녀가 언제 철이 들려나….”


현수는 혜진을 바라보며 놀리듯이 웃는다.



현수는 거실의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물놀이 소리와 함께 혜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이것 봐.”

현수가 소파에서 일어나 화장실 앞에 가서 선다.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 인주와 한주는 수영 안경을 이마에 걸치고 있고 혜진은 새로 싼 분홍색 수영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인주는 모형 물고기를 가지고 놀고 있고 한주는 물총을 쏘아가며 논다.

혜진은 욕조 물속에서 엎드려 현수에게 자기 능력을 자랑한다.

“아빠, 나 숨 안 쉬고 잠수 잘한다.”

“그래?”

“자, 봐.”

혜진이 욕조 물속으로 들어가 잠수한다. 잠시 후 혜진이 물 위로 고개를 내민다.

“아빠, 봤지?”

“응, 잠수 잘하는데.”


미라가 무슨 일인가 싶어 화장실 앞으로 온다.

“아빠, 다시 할게, 시간 재어줘.”

“응.”

혜진은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자 현수가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욕조에 서 있던 한주가 물속에 엎드려 있는 혜진의 엉덩이를 손으로 두드린다.

미라가 그 모습을 보고 웃는다.

“하하하, 한주야, 하하하”

현수도 그 모습을 보고 웃는다. 그래도 혜진을 위해 숫자 세기를 계속한다.

“...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혜진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열여섯, 열일곱.”

“아빠 몇 초야?”

“응, 십칠 초.”

나 잘했지?

현수가 웃으며 대답한다.

“응, 잘했어.”


이 모습을 바라보던 미라가 웃으며 말한다.

“아이구, 부녀가 언제 또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대?”

현수는 미라의 말을 듣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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