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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7. 2024

늑대의 외침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22화 - 늑대의 외침

미라가 이삿짐 인부와 함께 현관문을 열고 새 집으로 들어온다.

거실 바닥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인부를 쳐다본다. 누워있던 현수도 일어난다.

미라는 함께 온 인부에게 말한다.

“여기가 냉장고 자리고요, 책상은 거실 저쪽 편에 놓을 거예요.”

“그럼 세탁기는요?”

“세탁기는 베란다에 놓아주세요.”

혜진과 동생들은 낯선 사람을 부리는 미라의 모습을 경외하는 눈으로 지켜본다.

현수는 경외하는 지도자 미라에게 묻는다.

“이삿짐은?”

“방금 도착했어요.”

현수가 한주 손을 잡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 밖으로 나가서 놀자.”

또 쫓겨나야 하는 혜진이 반항한다.

“집에 있을래.”

혜진을 쫓아내는 미라의 야속한 말.

“이삿짐 옮길 때 집에 있으면 위험해, 아빠 따라가.”

혜진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현수를 따라 집을 나선다.


현수와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온다.

이사하는 일에서 소외된 혜진은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그 좋아하던 엘리베이터 버튼 누를 생각도 없다.

현수는 엘리베이터 버튼 권한을 인주에게 준다.

“인주, 버튼 안 눌려?”

인주는 관심 없다는 듯 말한다.

“글쎄.”

벌써 현수의 표현력을 배운 인주, 천재다.

인주의 말에 다시 분통이 터지는 혜진, 소리를 지른다.

“야, 너 '글쎄'가 장난인 줄 알아!”

현수는 인주를 때리려는 혜진을 몸으로 막아선다. 그러고는 웃으며 한주의 손가락을 잡고 1층 버튼을 누른다.

평생 처음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한주, 기분이 좋다.

“우따따 아따.”

현수는 입술이 삐죽이 나온 혜진을 곁눈질로 보며 웃는다.


현수와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 안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주와 한주는 각각 공룡 피규어와 자동차를 가지고 모래밭 위에서 놀고 있고, 현수와 혜진은 그네에 앉아 대화한다.

“아빠, 우리 언제 집에 들어가?”

“글쎄…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어.”

“아빠가 엄마에게 전화해 봐.”

“이사하느라 바빠서 전화 못 받을 거야.”

미라의 새로운 모습을 본 혜진은 엄마의 서열 등급을 올린다.

“엄마는 유치원 원장 선생님보다 힘이 더 센 것 같아.”

“아빠는? 아빠는 힘이 센 것 같지 않아?”

“음… 글쎄.”

현수는 혜진의 대답에 웃으면서 일어나 인주에게 말한다.

“인주야,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는 혜진.

“아빠, 햄버거 먹으러 가.”

“이사하는 날은 원래 짜장면 먹는 거야.”

혜진은 다시 경외하는 미라를 언급한다.

“엄마는 짜장면 싫어해.”

미라보다 지위가 낮아진 현수가 심술부리듯 말한다.

“그래도 아빠는 짜장면 먹을 거야.”


한주의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안을 걸어가는 현수, 그 뒤에 혜진과 인주 따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 정리된 넓은 거실을 보며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이사를 마친 거실 한쪽 벽면에는 책상과 TV가 설치되어 있고 반대편에 1인용 큰 소파가 놓여 있다.

주방 싱크대에서 짧은 앞치마를 두르고 그릇을 정리하던 미라가 이들을 맞는다.

“아유, 잘 놀다 왔어요?”

한주와 인주가 거실에 놓인 플라스틱 목마와 붕붕차를 보며 달려가서 올라탄다.

뒤이어 현관에 들어서는 현수를 보며 미라가 묻는다.

“점심은 먹었어요?”

혜진은 지위가 갑자기 높아진 미라에게 고자질한다.

“엄마, 아빠가 짜장면 먹으라고 해서 짜장면 먹었어.”

혜진의 배신적인 모습에 현수가 허탈하게 말한다.

“맛있게 잘만 먹더니….”

혜진은 이제 미라에게 아부까지 한다.

“엄마는 짜장면 싫어하지, 그지~?”

“혜진이에게는 짜장면 안 사다 줄 거야.”

혜진과 선을 긋는 현수, 혜진도 맞받아친다.

“아빠, 미워!”

현수는 그렇게 말하는 혜진에게 가소롭다는 듯이 말한다.

“녀석, 많이 컸군.”

혜진과 현수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며 지체 높으신 미라가 점잖게 나선다.

“혜진아, 아빠랑 싸우면 안 돼.”

어린 혜진이하고 싸우는 신세가 된 현수, 어이없다는 듯 미라와 혜진을 쳐다본다.


넓은 거실에서 붕붕차를 타게 된 한주가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른다.

“아따따 우따따!”

현수는 이때다 싶어 아무것도 모르는 한주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그래, 짜장면 맛있지, 우따따!”

그 말에 다시 신이 나서 소리 지르는 한주.

“야오 아따따!”

한주의 반응에 고무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현수.

“우따따, 그래, 한주 너밖에 없다.”

“아따따, 우타타.”

아무것도 모르는 한주이지만 그래도 의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현수는 그런 한주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으며 말한다.

“우따따, 그래 한주, 아빠가 한주 키워줄게.”

그 말을 들은 미라가 웃으며 말한다.

“키워주기는 뭘 키워줘요? 뭐, 조폭이에요?”

미라의 말을 들은 현수는 한주를 마주 보며 시위하듯이 신나게 소리 지른다.

“우따따 아따따.”

아무것도 모르는 놈, 한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신나서 그냥 소리 지른다.

“우따따 자따따.”

그 모습을 보고 미라가 비웃듯이 말한다. 

“늑대 무리가 따로 없군, 두목 늑대, 똘마니 늑대, 하하하.”


현수와 한주가 마주 보며 한동안 그렇게 소리를 지른다.



안방의 방문이 열리면서 가구가 배치된 큰 방 모습이 보인다. 

안방으로 현수와 혜진 인주 그리고 붕붕차를 탄 한주 들어 들어온다.

이사 온 집의 안방을 요모조모 살펴보는 현수와 아이들.

“아빠, 엄마 방에 테레비가 없어.”

“테레비 거실에 있잖아.”

인주가 천재답게 이유를 설명한다.

“누나가 공부하라고 이 방에 TV가 없는 거야.”

“그러면 이 방은 내 방이야?”

혜진의 속 보이는 말에 인주가 정확히 해준다.

“아니야, 엄마 방이야!”

현수와 아이들이 심각하게 대화하는 와중에도 한주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붕붕차를 타고 있다.


안방에서 건너온 현수와 아이들은 작은방을 살펴본다.

이삿짐이 정리되지 않은 작은방.

“여기가 아빠 방이야?”

인주의 물음에 현수가 대답한다.

“응.”

“아빠 방이 엄마 방보다 작다.”

현수는 혜진을 바라보며 비꼬듯 말한다.

“엄마가 아빠보다 힘이 세잖아.”

그 말에 혜진이 발끈하며 말한다.

“엄마는 우리랑 같이 있으니까 방이 큰 거야.”

현수는 혜진의 볼을 꼬집는다.

“오우, 이 여우…”


혜진과 인주가 작은 방에서 나가고, 현수는 조그마한 14인치 TV를 옮긴 후 옷장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외출복을 입은 미라와 아이들. 혜진과 인주의 등에는 유치원 가방이 메어져 있다.

미라는 한주의 신발을 신기며 말한다.

“자, 혜진이하고 인주 신발 신어.”

혜진이 신발을 신으며 묻는다.

“유치원 여기서 멀어?”

“별로 안 멀어.”

장화를 신고 싶은 인주가 묻는다.

“엄마, 오늘 비 안 와?”

“오늘 비 안 와, 운동화 신고 가.”

아이들이 신발을 다 신자 미라가 현관문을 열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다.



늦은 저녁, 거실에서 교자상에 책을 펴놓고 앉아 있는 혜진, 미라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인주와 한주는 미라 앞에서 장난감을 펼쳐 놓고 놀고 있다.

현수가 퇴근하여 현관으로 들어선다.

인주가 현수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어, 아빠다!”

그리고 그냥 소리 지르는 한주.

“아따따 우따.”

인주와 한주가 현수 쪽으로 뛰어간다.

“오늘은 일찍 왔네요.”

“응.”

미라의 간단히 말을 주고받은 현수가 작은 방으로 들어가자 인주와 한주도 따라 들어간다.



현수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인주가 케이블 TV 셋톱박스의 버튼을 눌려 채널을 찾는다.

옷을 다 갈아입은 현수가 채널을 찾고 있는 인주에게 말한다.

“아빠가 만화 영화 찾아줄까?”

“응.”

현수가 셋톱박스의 버튼을 눌러 짱구라는 만화 영화를 찾아준다.

“이거 맞아?”

“응. 맞아.”

짱구 재미있어?

“...”

만화 영화가 나오는 TV 화면에 눈을 꽂은 인주와 한주, 앞섶에 단추가 달린 하얀 내복을 입고 있어 더욱 앳되게 보인다,

현수는 TV를 보는 녀석들이 귀여워 책장 위에 놓인 캠코더를 집어 든다. 그리고 TV를 보는 녀석들 앞에 캠코더를 들이댄다. 캠코더를 찍는 현수 때문에 TV 화면이 가려진다. 녀석들은 일제히 몸을 옆으로 기울여가며 TV에 계속 집중한다.

귀여운 녀석들에게 장난기가 발동한 현수, 자리를 움직여 그들의 TV 보는 시선을 또다시 가린다.

아이들이 현수를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아, 아빠~.”

“아따따 우따파타야!”


현수는 웃으며 캠코더를 들고 작은 방에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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