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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6. 2024

'글쎄'의 소유권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21화 - '글쎄'의 소유권

밥상 주위로 가족들이 모여 앉아 식사하고 있다.

“어린이들, 밥 열심히 먹으세요, 그래야 오늘 새 집 보러 갑니다.”

미라의 말을 들은 혜진이 동생들을 재촉한다.

“얘들아, 밥 빨리 먹자.”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혜진이 동생들을 ‘얘’라고 부르는 시건방에 현수가 웃는다.

현수는 한주 손에 치킨너깃을 들려준다.

그러자 한주가 무어라고 떠들어 댄다.

“아따따 자야프이따.”

못 알아들을 말이지만 그래도 막내가 말하는 성의를 봐서 알아듣는 척하는 현수.

“응. 그래, 닭고기는 역시 치킨이라고?”

미라가 그것을 보고 웃으며 말한다.

“아이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네.”

미라의 비웃음에도 현수와 한주의 진솔한 대화는 이어진다. 참 활기찬 아침이다.



현수 가족이 탄 자동차가 이사 할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주차한다.

현수와 아이들이 차에서 내려 아파트를 올려다본다.

“엄마, 여기가 우리 아파트야?”

“그래, 우리 아파트야, 좋아?”

“응, 너무 좋아.”

미라는 인주에게도 묻는다.

“인주도 좋아?”

미라의 물음에 인주가 15층 아파트를 올려다 보며 감탄하듯 말한다.

“와, 집 크다!”

그리고 한주도 빠질 수 없다는 듯 한마디 하신다.

“아따 우따빠야.” 

가족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아파트 입구로 향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현수 일행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선다.

미라는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려 하자 혜진이 말한다.

“엄마, 내가 누를게.”

인주도 경쟁적으로 나선다.

“나도 누를래.”

혜진과 인주가 버튼에 손을 대기 위해 서로 어깨싸움을 한다.

결국 혜진이 인주를 밀쳐내고 버튼을 누르자 인주가 미라를 보며 앙탈을 부린다.

“아이~ 누나만 다 할려고 해!”

미라가 앙탈을 부리는 인주를 달랜다.

“인주는 다음에 누르자.”

여기서도 빠질 수 없는 한주.

“어떠우빠 따따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혜진과 인주가 재빠르게 엘리베이터에 들어간다.

혜진이 수 많은 버튼을 보며 미라에게 묻는다.

“엄마, 몇 층?”

“이번에는 인주가 누르자.”

그러면서 이어지는 미라의 말. 

“4층 누르세요.”

인주가 버튼을 찾느라 머뭇거리는 사이에 혜진이 4층 버튼을 잽싸게 먼저 누른다.

그러자 인주가 혜진을 밀치며 다시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다.

“엄마, 누나 혼내줘!”

“혜진아, 누나가 그러면 안 되지.”

혜진이 인주를 향해 혀를 내밀며 놀린다.

“메롱.”

인주가 혜진에게 덤벼들다가 미라의 손에 잡혀버린다.

혜진을 노려보며 씩씩거리는 인주.

“혜진이 너 그러면 이사할 때 집에 두고 온다.”

한주 역시 누나에게 주의를 준다.

“아부아다다!”

엘리베이터 4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아이들이 미라를 따라서 아파트 복도를 따라간다.

이사할 새집에 이르러 미라가 열쇠로 문을 열자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들어간다.


현관에 서서 텅 비어있는 넓은 거실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

미라가 신발을 신은 채 거실로 들어서자 아이들도 신발을 신고 거실로 들어온다.

거실에 들어선 현수가 말한다.

“거실이 넓어서 좋네.”

“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혜진이 말한다.

“엄마, 여기가 이제 우리 집이야?”

“응, 우리 집이야. 이 집 좋아?”

“응, 좋아.”


한주가 소리를 지르며 거실과 방을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인주와 혜진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닌다.

그 모습을 보고 미라가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뛰어다니지 마, 아래층에 있는 무서운 사람이 시끄럽다고 올라와.”

현수는 뛰어다니는 한주를 붙잡아서 안는다.

“이놈이 주동자군.”


혜진이 화장실 문을 열어본다. 화장실 안에 욕조가 보인다.

“엄마, 목욕탕도 있어.”

미라가 혜진의 말을 고쳐준다.

“응, 욕조도 있어.”

“여기서 수영해도 돼?”

“그럼.”


아이들은 새 집에서 장난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현수와 마라는 집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미라가 현수에게 묻는다.

“다 보셨죠, 마음에 드세요?”

“좋네.”

“이제 갈까요?”

미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혜진과 인주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간다.



현수가 운전하는 자동차 안, 미라는 아이들과 뒷좌석에 앉아 있다.

현수가 운전하면서 뒷자리에 있는 미라에게 말한다.

“거실이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면 바닥이 울릴 것 같은데?”

“그러게요, 그게 걱정이에요.”

“그렇다고 아이들 못 놀게 할 수도 없고….”

“방법을 알아봐야죠.”


혜진이 미라에게 묻는다.

“엄마, 언제 이사해?”

“다음 주 토요일.”

“그럼, 유치원은 어떻게 가?”

“혜진이 하고 인주는 여기 있는 유치원으로 옮길 거야.”

“지금 유치원 그만 다녀야 해?”

“응.”

혜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는 선생님 좋은데…”

“여기도 혜진이가 좋아하는 유치원 있어.”

미라는 시무룩한 혜진의 표정을 바라보며 웃는다.



출근하는 현수를 미라와 한주가 현관에서 배웅한다.

“도배를 마쳤으니까 내일은 이사만 하면 되는 건가?”

“아 참, 장판을 새로 하기로 했어요.”

“장판도 한다고?”

“층간 소음을 방지하는 장판이 있다고 해서요.”

“그래? 그런 게 있었나… 갔다 올게.”

“잘 다녀오세요.”

한주가 미라의 말을 따라 하는 웅얼거린다. 

“어뚜뚜아따.”

현수는 웃으며 한주의 볼을 꼬집어주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오피스 빌딩이 즐비한 거리의 인도, 출근하는 사람들로 부산하다.

현수는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핸드폰으로 미라에게 전화한다.

“혜진 아빠, 이 시간에 웬일로요?”

걸어가면서 미라에게 통화하는 현수.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진동을 흡수하는 장판은 없는 것 같아.”

“장판 하는 가게에서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던데요?”

“그런 장판이 있다면 층간 소음 문제는 벌써 해결되었게?”

“그런데 벌써 계약했어요.”

“장판 업자 장삿속에 속은 것 같은데…”

그 말에 미라가 현수를 쏘아붙이듯 말한다.

“인제 와서 어떻게 하겠어요.”

미라의 말에 현수가 불쾌한 듯 말한다.

“알았어.”


현수는 화가 난 표정으로 폴더 핸드폰의 뚜껑을 신경질적으로 닫는다.



이삿날 아침, 간단한 이삿짐이 한 쪽 켠에 쌓여 있어 집안이 어수선하다.

가족 모두 외출복 차림을 하고 있다.

“엄마는 같이 안 가?”

혜진이 미라에게 묻는다.

“엄마는 여기서 이삿짐 챙겨야 해.”

“엄마랑 여기 같이 있으면 안 돼?”

혜진은 호기심 보이며 묻는다. 

“이사할 때 너희들이 여기에 있으면 방해만 돼.”

“그러면 우리랑 같이 가는 아빠도 방해가 돼?”

혜진의 말에 미라가 웃으며 말한다.

“글쎄, 아마도.”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된 현수.


‘천덕꾸러기’ 현수가 안방으로 들어온다.

“자, 어린이들, 우리는 새 집으로 갑시다.”

아이들이 현수를 따라 안방에서 나간다.

인주의 손에 공룡 피규어를 담은 비닐봉지가 들려져 있다.

이것을 본 한주도 장난감 상자에서 조그마한 자동차를 꺼내 들고 따라나선다.


현수와 아이들이 탄 자동차가 이사 갈 아파트의 주차장에 주차한다.

자동차 뒷문이 열리고 혜진과 인주가 뒷문에서 나와 아파트 현관을 향해 뛴다. 앞서가는 혜진, 인주는 앞서가는 혜진을 보고 뛰는 것을 포기한다.

인주는 한주의 손을 잡고 걷는 현수에게 돌아오며 투정을 부린다.

“아~, 누나 싫어!”

그 모습을 보며 웃는 현수, 인주를 달랜다.

“괜찮아 오늘 시간도 많은데 아빠하고 엘리베이터 타면서 놀자. 인주가 엘리베이터 버튼 실컷 눌러.”

인주는 현수와 함께 아파트 입구로 들어간다.


집 현관문이 열리고 아이들과 현수가 거실로 들어온다.

가구가 없는 공허한 거실에 목소리가 울린다.

인주가 '아~' 하고 소리를 지르자, 한주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거실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같이 뛰어다니던 혜진이 동생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기차놀이하자.”

혜진은 한주를 앞에 세워 한주의 어깨를 짚고, 인주는 혜진 뒤에서 혜진의 허리를 잡는다. 그리고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며 기차놀이를 한다.

“엄마 방입니다. 인주 내리세요.”

“예.”

“아빠 방입니다. 한주 내리세요.”

“아따따아따.”

“엄마 방입니다. 인주 타세요.”
 “예.”

현수는 거실 한쪽에 팔베개하고 누워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렇게 기차놀이를 하다가 아이들은 놀이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잠시 후, 거실 바닥에서 인주는 공룡 피규어를 펼쳐놓고 놀고 있고, 한주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

누워있는 현수 머리맡에 앉아 있는 혜진이 현수에게 말한다.

“아빠, 심심해.”

현수가 무심하게 대답한다.

“글쎄.”

“아~ 아빠~. 뭐 사러 가자.”

혜진의 투정이 귀찮은 현수가 다시 무심하게 한마디 내뱉는다.

“글쎄.”

현수의 말에 입을 삐쭉거리는 혜진.

공룡을 가지고 놀던 인주가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 옛날에 여기에도 공룡이 살았어?”

“글쎄, 살지 않았을 것 같은데?”

현수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화가 나 있던 혜진이 현수를 쏘아붙인다.

“공룡이 여기 살았었을 수도 있잖아, 아빠.”

현수는 팔베개를 한 채 또 무심하게 대답한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현수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에 혜진이 폭발한다.

“아빠, 자꾸만 '글쎄' 하지 마!”

팔베개한 현수가 머리를 들어 혜진을 바라보며 말한다. 

“‘글쎄’가 너 꺼야?”

혜진이 현수를 노려보며 말한다. 

“아, 아빠, '글쎄' 하지 마!”

현수가 쌩글거리는 표정으로 혜진을 바라보며 말한다.

“글쎄!”


능글거리며 말하는 현수, 혜진은 분통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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