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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Nov 11. 2024

둘째의 입학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35화 - 둘째의 입학

이른 아침, 미라가 주방에서 아이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출근 복장을 한 현수가 작은방 방문을 열고 나온다.

“얘들 아직 자고 있어?”

“일어날 때가 됐는데….”

미라의 말에 현수는 닫힌 안방 방문을 힐끗 보며 말한다.

“갔다 올게.”

“예, 다녀오세요.”

현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현수가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안방 방문이 확 열린다. 인주가 안방에서 튀어나와 현관문으로 달려간다.

갑자기 나타난 인주를 바라보는 미라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인주는 현관문을 열고 급히 뛰쳐나간다. 갑자기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어리둥절한 미라. 미라도 급히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현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고 인주가 그 뒤를 쫓아가고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현수.

“아빠!”

인주가 부르는 소리에 현수가 뒤돌아본다. 달려오는 내복 차림의 인주.

“어, 인주, 깼어?”

인주가 현수에게 다가와서 자랑하듯 말한다.

“아빠, 나 오늘 학교 가!”

이렇게 쫓아와서 말해 주는 인주에게 현수는 고마움을 느끼며 말한다.

“학교 가니 좋아?”

“응!”

인주의 대답에 힘이 있다. 입학식에 못 가서 미안한 현수는 인주를 들어서 힘껏 안아준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러나 현수는 인주를 안고 집을 향해 돌아선다.

현관문을 열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미라, 인주를 안고 돌아오는 현수를 바라본다.

현수는 인주를 집안으로 넣어주고 손을 흔든다.

“인주 오늘 학교 잘 갔다 와.”

“응.”

미라는 두 부자의 모습을 부러운 듯 뒤에서 보고 있다.

현수는 학교에 갈 기대에 반짝이는 인주의 눈망울을 보며 돌아선다.



미라는 밥상머리에 앉아 인주와 한주의 식사를 챙겨주고 있다.

“아유, 한주는 밥도 잘 먹어.”

이제 4학년이 된 혜진이 가방을 메고 안방에서 나온다. 제법 멋을 부리느라 머리에 빨간색 머리밴드를 하고 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이제 혜진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된 인주가 혜진에게 자랑하듯 말한다.

“누나, 나도 오늘 학교 가.”

혜진이 인주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다. 동생들과는 급수가 다른 초등학생의 지위를 누려오던 혜진, 동생이 자기와 같은 초등학생이 된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썩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혜진은 대답하기가 싫다.

인주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혜진을 향해 미라가 한마디 한다.

“인주도 학교 간다잖아!”

“응.”

혜진이 무심하게 대답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미라는 혜진이 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 빨리 밥 먹고 우리도 학교에 갑시다.”

미라는 인주와 한주의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며 식사를 재촉한다.


미라가 인주와 한주를 데리고 아파트 현관에서 나온다.

“유치원에 늦겠다.”

미라는 빨리 가기 위해 한주를 등에 업는다. 인주는 한주를 등에 업은 미라 옆에서 걷는다. 혜진처럼 초등학교 가방을 등에 메고 싶은 인주가 말한다.

“엄마, 오늘은 가방 안 가지고 가?”

“가방은 내일부터 들고 가요.”

미라는 그렇게 말하며 인주를 내려다본다. 가방을 안 멘 인주의 모습이 왠지 허전해 보인다.


한주의 유치원에 다다른 일행.

“자, 한주 유치원 다 왔어요.”

미라는 업고 있던 한주를 내려놓고 유치원 입구로 등을 민다. 인주는 전과 달리 유치원에 들어가지 않고 미라 옆에 서 있다. 혼자서 유치원에 들어간다는 것이 억울한 한주가 미라에게 생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엄마, 형아는?”

“형아는 오늘부터 학교 가지요.”

“나도 학교 갈래.”

“한주도 여덟 살 되면 학교에 가는 거야.”

“싫어, 나도 학교 갈래.”

고집부리는 한주를 바라보는 미라, 안 그래도 인주의 입학식에 동원할 엑스트라가 필요할 참이다. 오늘따라 한주의 생떼가 미라에게는 반갑다.

“그래? 오늘은 형아 따라 학교에 갈까?”

유치원 선생님이 유치원 현관에서 나온다.

“어머, 한주 왔구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리고 인주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유치원 선생님.

“어머, 인주구나, 오늘 초등학교 입학이지, 축하해.”

인주가 쭈뼛거리며 대답한다.

“예.”

미라가 유치원 선생님에게 사정을 이야기한다.

"한주가 오늘은 형 따라 학교에 가겠다고 하네요.”

“아, 그러세요? 잘 알겠습니다.”

한주는 벌써 저 멀리 학교 쪽으로 달아나고 있다.


미라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교문으로 다가간다.

영숙이 학교 교문 앞에 기다리며 서 있다.

“할머니!”

인주와 한주가 영숙을 보고 쫓아간다.

“아이구, 요 강아지들.”

영숙이 인주와 한주를 차례로 보듬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애비한테서 전화가 왔더구나.”

“혜진이 입학식 때 보다 좀 쓸쓸한 것 같았는데 어머니께서 이렇게 오시니까 좋네요.”

“우리 대감 입학식인데 와서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사줘야지.”

영숙은 인주와 한주를 양손에 잡고 학교로 들어선다.


입학식을 마치고 강당에서 나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선생님 따라오세요.”

앞서가는 선생님이 신입생들을 연신 뒤돌아보며 교실 복도를 걷고 있다. 

갓 입학식을 마친 조무래기들이 선생님을 따라 줄지어 복도를 가고 있고 그 뒤에 학부모들이 따라간다. 그중에 한주의 손을 잡은 미라와 영숙이 따라간다.

1학년 3반 교실 앞에 이른다.

“여기가 우리 교실이에요.”

선생님을 따르던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줄줄이 교실로 들어간다. 학부모들도 따라 들어간다.


교실로 들어서자 선생님이 학생들을 자리에 앉힌다. 

인주가 책상에 앉자 한주도 쫓아가서 인주의 좁은 자리에 비집고 앉는다. 

미라가 인주 자리에 가서 한주의 손을 잡고 끌고 오려 하지만 한주가 싫다고 소리친다. 이에 당황한 미라가 할 수 없이 뒤로 가서 서 있는다. 

이어서 선생님이 출석부를 보며 입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들이 대답한다. 인주 차례가 된다.

“김인주”

인주의 이름이 불리자 인주와 한주가 대답한다. 

“예.”

“예, 우리 형아예요.”

그것을 보고 웃는 학부모들. 미라는 막무가내 형제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한다.



늦은 저녁, 퇴근한 현수가 거실로 들어서며 인주에게 묻는다.

“인주, 오늘 학교 잘 갔어?”

“응, 할머니도 왔어.”

인주가 말을 마치기 바쁘게 한주가 말한다.

“할머니가 짜장면 사줬어.”

그 말을 들은 현수가 인주에게 묻는다.

“아빠는 인주에게 뭐 사줄까?”

“응, 짜장면 사줘.”

현수가 웃으며 말한다.

“또 짜장면?”

미라와 함께 TV를 보던 혜진이 현수의 말에 얼른 고개를 돌려 대화에 끼어든다.

“아빠, 놀이공원에 가자.”

혜진의 말에 한주도 똘마니처럼 끼어든다.

“아빠, 놀이공원!”

그 말을 들은 미라가 한마디 한다.

“안 돼, 거기 얼마나 비싼데.”

놀이공원에 가고 싶은 인주는 눈치를 보듯 현수를 바라본다.

“그래, 인주가 가고 싶으면 가야지.”

현수가 호기롭게 말하자 혜진이 환호한다.

“아빠, 진짜야?”

현수가 웃으며 작은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등교를 준비하는 분주한 아침. 

미라는 인주가 입을 옷을 거실 바닥에 놓는다.

“인주야, 옷 입고 학교 가야지.”

그 말을 들은 한주가 안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자기가 입을 옷을 들고 나와서 입기 시작한다. 거만한 한주가 옷을 다 챙겨 입다니, 미라는 한주의 행동이 무척 신기하다.

“한주도 옷 입으려고, 아유 착해라.”

그 말을 들은 인주도 지지 않으려는 듯 후다닥 옷을 입기 시작한다.

그동안 미라는 인주의 등교 가방에 책과 신발주머니를 넣는다. 


혜진이 가방을 메고 안방에서 나온다.

“혜진아, 엄마가 한주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런데 인주하고 같이 학교 좀 가줘.”

그 말을 들은 혜진이 인주를 보며 말한다.

“김인주, 너 내 말 잘 들어야 해.”

혜진의 고압적인 태도에 인주가 반항한다.

“싫어!”

그리고 인주가 가방을 메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한주도 인주 뒤따라 나간다.

“형아, 같이 가!”

지금껏 아웅다웅하던 녀석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어이가 없는 미라.

“하이구, 참….”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 형제들을 잡아 오기 위해 미라가 뒤쫓아 나간다. 


잠시 후, 미라의 양손에 인주와 한주가 잡혀서 현관으로 들어선다.

“인주는 누나랑 같이 가야지, 엄마를 좀 도와줘야지.”

그리고 한주를 보며 다그친다.

“한주는 유치원에 가야지, 왜 형아 따라 학교에 가려고 그래?”

“나도 학교 갈래!”

“안 돼, 한주가 여덟 살 될 때 가는 거야.”

“학교 갈래!”

그때 혜진이 나선다.

“바보야, 학교 선생님이 유치원 선생님보다 더 무서워.”

혜진의 말을 들은 미라도 한주에게 겁을 준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 안 들으면 선생님이 혼 내.”

혜진이 다시 나서며 미라의 말에 힘을 보탠다.

“진짜야!”

더 이상 토를 달지 않는 한주, 그제서야 한주가 고집을 꺾는다.


등교 준비를 모두 마친 아이들.

“자, 학교 가자.”

한주의 손을 잡은 미라는 혜진과 인주와 함께 현관문을 나선다.

“인주야, 학교 마치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미라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혜진과 인주를 향해 손을 흔든다.


한주를 업은 미라가 아파트 복도 난간에 서서 아파트 현관 입구 쪽을 바라본다. 혜진과 인주가 아파트 현관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소리친다.

“인주야!”

미라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든다. 미라 등에 업힌 한주도 그들을 바라보며 소리 지른다.

“형아!”

학교 가는 혜진과 인주를 감시하듯 바라보는 미라. 저 멀리 학교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고서야 미라는 돌아서며 한주에게 말한다.

“조금 있다가 우리도 유치원에 갑시다.”

혼자 남은 한주가 미라의 등에 기댄 채 쓸쓸하게 코를 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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