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고 싶은 칭찬

by Aroana

어렸을 때는 이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 약간 콤플렉스라고 여겼을 정도인 시기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으레 한 두 차례는 들었을 법한 그 말, 그러나 내게는 좀처럼 쉽게 내뱉지 않았던 그 말. 바로


'너 일 잘한다' 혹은 '너 일머리 좀 있다'


알바 경력으로만 따지면 이제 남들과는 절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일들을 해봤다. 식당, 노가다, 택배, 속옷 판매, 캐주얼 바텐더, 호주에서는 하우스 키퍼와 야간 공장 클리너 등 알바에서는 직종 선택에 거침이 없었다. 그 중 어느 곳에서도 한 번도 잘려 보지 않았고 나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채 그만 둘 때는 서로 웃으면서 나온 적이 많았다(속옷 판매 한 군데를 제외하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로부터 한 번도 '일 잘하는 직원'으로 각인된 적이 없었다. 늘 실수 투성이에다 배우는 게 어색하고 처음에는 그 안에서 구멍으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늘 나는 조금씩 나아졌다. 실수 부분은 점차 줄여나갈 수 있었고 일 처리도 눈에 띄는 속도로 빨라졌다. 처음의 업무 적응기는 답답할 만큼 느렸을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보통의 수준으로는 올라왔다. 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잘 한다'는 칭찬은 듣지 못했다. 남들에 비해 월등히 잘하는 수준은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며 쌓여지는 숙련만큼만 성장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거에는 일을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격지심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내 단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건 내가 지닌 수많은 강점과 약점 중에 약점의 일부일 뿐 다른 방법으로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쎄. 솔직히 말하면 방법을 알았다기 보다는 동료나 사장님이 나를 다른 방식으로 인정 해주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해서였다. 대표적인 것이 '성실성'이다. 일머리가 없을지 언정 또는 가르쳐준 노하우를 까먹어 구박을 받았다가도 사람들은 내가 지닌 성실성을 높게 쳐주었다.


"그래도 저 놈이 뺑끼는 안쳐"


"그래도 형이 근태는 확실 하잖아요"


시키면 일처리가 미흡했을지라도 땀 흘려 보고 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면 그래도 보통 대게는 좋아해주셨다. 어쩔때는 성향을 잘 파악해 내가 강점을 보이는 부분에 일을 맡겨 서로가 윈윈한 적이 많았다. 근태 역시 특별히 변수가 될만한 일은 거의 만들지 않는다. 함부로 근무 날짜나 시간을 조정하지 않는다. 일상에 변수를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탓이다. 이 외에도 일할 때 특유의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거나 유들유들한 성격 탓에 직원들과 큰 갈등 상황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행히 내가 일한 곳들은 모두 일의 숙련 보다는 인성을 보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인성에서 합격이면 일 좀 못하는 것으로 사람을 괴롭히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유일하게 직무(?)에 대해서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글쓰기였다. 첫 원고 투고를 할 때 출판사의 대표 편집자으로부터 '어디서 글쓰기를 좀 배우셨어요?' 라는 말을 들은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칭찬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 후 원고의 수정 방향을 전달 받으며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 말은 분명 진심으로 들렸다. 그래서 내가 글쓰는 것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언제쯤이면 '일머리 있다'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열심히'가 아닌 '잘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이전 25화삶이 버겁다고 느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