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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oana Oct 29. 2024

그 날 내 일기장(2013년 7월 28일)

블로그에서도 그 동안 비공개로 처리 되었던 부분이다. 어쩌면 당시의 나를 가장 생생하게 마주하는 것 같아서 창피하지만 용기내 공개해보기로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ㅋㅋㅋㅋ

풋.. 블로그에 경제 비평 많이 써보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결국 4월을 마지막으로 쓰지 못했다.

6월달 이후로 증투사(증권투자상담사)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엔 합격을 하였다 ^^

그게 당시 힘들었던 나를 그나마 회복시켜 준 것 같다.

지나고 보면 5월달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알바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술 먹고 실수하고.. 자격증도 떨어져서..당시에는 많이 우울했다. 

...

증투사는 정말 떨어지기 싫었다. 책도 두껍고 개인적으로 다시는 보기 싫은 시험이었다. 그리고 증투사는 무엇보다 당시 중국 전시회 기회를 날려버리고 본 시험이었기 때문에 부담감도 사실 적지 않았다. 떨어지면 중국 전시회도 같이 날라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G-tep(전공 동아리) 볼 명목도 없었고..

원래 1학기 계획이 금융 3종에 토익 750점 찍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자격증은 2개만 취득했고 토익은 실패했다.

6월달 알바는 모두 끝나고 7월이 되었다. 이 달 부터는 인턴을 하고 있다. 일은 그렇게 힘들지 않아서 그럭저럭 할 만하다. 다만 인턴을 하면서 자격증 하나를 더 준비하고 있다. 바로 금융투자분석사.. 사실 진짜 공부는 여기서부터다. 금융 3종에서 초석을 다졌으면 금융투자분석사에서는 내가 정말로 애널리스트로 가야 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다. 오늘로서 현재는 인강을 한 번 훑었고 기본서도 다시 한 번 완독했다. 목표는 앞으로 2번을 더 완독하고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립한 다음에 시험을 보는 것인데.. 글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금융투자분석사를 준비하는데 19만원이나 투자했다. 그것도 인강비만.. 여기에 접수비도 2만 5천원이니까 많이 들어갔다. 꼭 합격해야 한다. 돈이 너무 아깝다. 

CFA 1차 자격증 마련 비용을 위한 250만원. 하..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주차관리' 알바를 확보해야 한다. '청소 도우미'는 신청하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차관리는 선착순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실장님께 연락을 드려서 어떻게든 내 자리 좀 확보해야 겠다. 사정사정을 해서라도.. 집안사정을 팔아서라도 주차관리는 해야 한다. 나에게 가장 큰 현금흐름이다. 여기에 '식권 알바'까지 신청해 자금을 계속 마련해야 한다.

만약 식권 알바가 되면... 빵빵한 현금흐름이 들어온다. 25만원(청소도우미) + 35만원(주차관리) + 20만원(식권알바) 해서 총 약 80만원 정도가 월 수입이니까 남은 돈과 합쳐 약 300만원 정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또 생각 잘 해야 한다. 돈이 궁하긴 하지만 더 급한 건 자격증이기 때문이다. 투잡하면서도 간신히 땄는데.. 잘 생각해야 한다. 80만원, 아니 100만원을 버는 것 보다 자격증을 따는 게 더 크기 때문이다. 뭐 그것은 나중에 진지하게 한 번 다시 생각해 보고.. 

...

매번 생각하는 게 있다. 올해는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고.. 내년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 올해는 알바를 하면서 자격증을 준비하니까 힘든거고.. 내년엔 알바를 못할 수도 있는 반면 CFA 1차 시험은 치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 계획이 맞다면.. 내년 6월에 있을 CFA 1차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합격해야 한다. 그래야 착착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합격해야 한다. 가정은 없다. 그래서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 일기에도 몇 번 나왔었겠지만. '찌질한 거..'

어떻게 보면 사실 지금이 가장 찌질할 수도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24살 먹으면서 여자친구 제대로 사겨 본 적도 없지. 뭣 하나 특출나게 잘난 것도 없지.. 그냥 공부만 하고 있다. 24살 동안.. 좋은 학교도 아니고.. 유일하게 버티는 수단이 자격증이다. 뭐 몇 개 따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한 해 한 해 내가 찌질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일종의 증거물(?)이다. 그걸로 버티는 것 같다. 비록 다양한 경험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너네들'보단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다. 훨씬 치열하고.. 훨씬 생각하면서..

아~~ 씨댕. 갑자기 이 말 쓰니까 기분이 확 나빠지네.. 힘들 때 여자친구 있으면 당연히 좋다. 옆에만 있어도 다 씻겨 내려갈 것 같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내 상황이 그게 아닌 거 같으니까.. 슬프네.. 좀.. 그래도 힘내자..

아~~ 사실 금융투자분석사.. 정말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다. 많이 힘들다. 퇴근하면 7시인데 운동하고 저녁도 먹고 하면 어영부영 빨라야 9시다. 잠자는 계획이고 뭐고 닥치면 공부하는 것이다. 너무 피곤하면 좀 자고.. 아니면 공부하고.. 공부, 공부, 공부.. 답답하다.

근데.. 8월 10일.. 이 날만 버티면 된다. 그래도 가장 큰 희열은 8월 23일. 페북에 합격증을 딱 캡쳐해서 올리면 아.. 눈물 날 것 같다. 그 힘든 시련을 견뎌내고 합격을 한 거니까.. 그 딱 한 순간을 위해 공부한다. 봤지!. 나 안 놀았다고!! 나 찌질하게 안 살고 있다고..

금융 3종 자격증은 후기 남기지 말고 금융투자분석사 같은 좀 그럴듯한 자격증에 후기 하나 남기자~ 할 수 있지?! 공부하러 가자!

파이팅이다!!


그리고 나서 이 시험은 떨어졌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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