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덩케르크》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상(鑑賞)

by 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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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이 영화는 과연 전쟁영화인가? 잔교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이 교차 진행되는 동안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오직,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등장인물들의 처절한 몸부림, 그뿐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의 현장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공포와 절박한 심정, 그리고 생존에 대한 탐욕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진다. ─ 아니, 생존은 공포이자 탐욕이고 본능을 농락하는 운명의 장난이지. 라는 대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구원자인 도슨 선장 일행이나 공군 조종사들과 달리, 그들의 이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들의 이름은 ─ 아니, 심지어 대사조차도 ─ 서사의 진행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과연 그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는다.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유일하게 작중 이름이 언급되는 '깁슨'마저도 전사한 영국 군인의 옷에 달려있는 이름일 뿐, 실제 그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전쟁의 비정함은 개인의 존재감조차 지워버리는 법이다.


《덩케르크》는 철저한 반전(反戰) 영화다. 전쟁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공포, 그리고 생존에 대한 열망을 통해 전쟁이 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인지 조용히 외친다. ─ 수고했네. ─ 저희는 그저 살아 돌아온 게 다인데요. ─ 그거면 충분해. 라는 마지막 대사가, 내겐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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