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작별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鑑賞)

by 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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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가 여기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이 나무들이 다 묘비인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눈송이, 그 새하얀 눈송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보았을 것이다. 차가워진 뺨 위로 쌓이던 눈과 피 어린 살얼음을. 손가락을 빠는 동안 느껴지던 그 생명을.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달라고 사정하던 피투성이 옷의 앳된 청년을. 그리고 수십 년간 그녀는 그것을 '반복'한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의 어둠 속에서, 그 으스러지는 포옹을 계속하며, 예리하게 벼린 칼 같은 기억들을 끝없이 쏟으며,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무서운 고통 ─ 사랑을, 마지막까지 반복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무서운 고통 ─ 사랑은 다시 이어진다. 그 혼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다시 이어진다. 그녀에게서 '인선'으로, 그리고 다시 '인선'에게서 '경하'로.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하'가 본 '인선'이 바로 그 혼 자체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이 건천 하류의 어둠 속에서, 그 차가운 방에서, 생사의 경계에서 흘러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혼이 이어진다는 것,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날, 제주도의 그 비극 속에서, 생과 사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나는 지극한 사랑을 보았다. 그 사랑은 너무나도 무거워서 감히 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엄마는 맥락 없이 자책했어.


그때 내가 무사 오빠신디 머리가 이상하다고 해실카? 무사 그런 말밖에 못해실카?


기억나는 건, 그렇게 물을 때면 엄마가 내 손을 놓았던 거야. 너무 세게 잡아 아플 정도였던 악력이 거품처럼 꺼졌어. 누군가가 퓨즈를 끊은 것같이. 듣고 있는 내가 누군지 잊은 것처럼. 찰나라도 사람의 몸이 닿길 원치 않는 듯이.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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