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鑑賞)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완독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번을 덮었다가 다시 펼쳤는지...
한 장, 그리고 또다시 한 장. 책을 읽는 것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울 수 있나. 처음으로 느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힘들게 만든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글을 읽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글'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인지. 아니, 어쩌면 그저 내가 처한 상황이 힘든 것일지도. 그 모호한 것들 속에서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6장 「꽃 핀 쪽으로」를 읽는 순간, 그대로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절절한 것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동호'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지만,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그날 그 시간에 그들은, 분명 존재했다. 더위가 시작되고 있던 5월의 광주에서, 그리고 내가 지금 감상을 적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존재했다는 그 사실은, 분명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누군가는 본인의 삶과 영원히 함께 할, 그 흉터를 매일 같이 들여다보며, 살아남은 것을 그리고 아직까지도 살아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하고 싶다. "죽지 마"라고. 부끄러워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고.
내가 이 책을 다시 펼치는 날이 과연 올까? 그 고통을 다시 마주할 용기가 내게 있을까? 그래도, 부딪혀야겠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한강, 『소년이 온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