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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Oct 07. 2024

4장 |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시간이 약이 될까요?

어느 날 엄마가 집안이 떠나가랴 외치고 계셨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분명 엄마가 자주 했던 말인데, 그날은 왜인지 새롭게 들렸다. 그러고 보니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울의 늪에 빠져 죽네 사네 했었던 내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다. 그때만 해도 끔찍한 하루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매일이 지나 오늘이 왔다.


내가 그 우울의 늪에서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특별한 이벤트나 계기가 아니었다. 물론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약들은 내게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는 걸 온몸으로 체감해 알고 있었다. 내게 최고의 약은 바로 ‘시간’이었다.


포털사이트에 ‘시간이 약이다.’라고 검색하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괴로웠던 일과 아픔이 무뎌지고 잊힌다는 뜻의 숙어이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심리적인 아픔은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잊히면서 사람이 슬픔에만 잠기지 않도록 해준다. 그래서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라는 말도 있다.

-나무위키 中-


우리는 ‘기억’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과거의 일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주는 힘은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경험을 통해 ‘성장’이라는 또 다른 능력을 얻는다. 나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사이드 2>에서 기쁨이는 라일리의 자아를 위해 부정적인 기억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낸다. 그러나 기쁨이는 그러한 기억들도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기억의 저편을 무너뜨려 라일리가 새로운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기억은 아픈 순간을 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은 새로운 희망이 되기도 한다.


시간은 꿈과 직장에서의 실패를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감정을 마주하고, 다시 찾아올 실패에도 맞서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지나온 삶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간의 힘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한 번쯤 믿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앞으로도 때론 정처 없이, 때론 열심히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되뇔 것이다.


‘이 또한 다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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