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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Oct 22. 2024

소설 <자생화> 07

서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피크타임이 지나자, 다은은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잠을 설쳐서인지, 급하게 욱여넣은 삼각김밥이 체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스카프는 땀으로 젖어들어갔다. 그녀는 직원에게 마감을 부탁한 뒤 급히 병원을 찾았다.


“소화불량이네요. 열도 많이 나고요. 약은 드셨나요? “


“네, 그런데 약이 듣지를 않아요. 계속 어지럽기도 해요.”


“일단 약은 삼일 치 처방해 드렸고요. 어지러운 건 소화가 안되어서도 있지만,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로 보이시네요. 오늘은 수액 좀 맞으면서 쉬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의사 말에 따라 수액을 맞기 위해 지정된 자리에 누워 얕은 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간호사가 들어와 왼쪽 팔에 바늘을 꽂았다. 차가운 액체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천장에 시선을 꽂은 채 최대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밀린 잠이 쏟아져 눈꺼풀이 묵직해졌다. 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


“환자분! “


그녀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그녀가 깨어나자 간호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분, 저희 이제 문 닫을 시간이어서요. 주사 다 맞으셨다고 깨우니까 일정 없다고, 더 자고 가도 되냐고 물으시길래 알겠다고 했는데.. 기억 나시죠?”


그녀는 얼마나 깊은 잠을 잤는지, 자신이 일어나서 말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에서 나오자 이미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몇 시간을 잤는지 골똘히 세어보다가, 곧 포기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문고리에 걸린 종이봉투를 발견했다. 열어보니 따뜻한 죽과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

사장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식사하시고 약 챙겨 드세요.

혹시 오늘 못 드신다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데워서 드세요. 꼭이요.

-우도현 드림-

*


그녀의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알 수 없는 이 감정을 뭐라 정의할 수 없었지만, 메모지를 빼곡히 채운 반듯한 글씨가 썩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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