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날, 다은은 산뜻한 걸음으로 제일 먼저 서점에 도착했다. 진열대를 정리하고 오픈 준비에 몰두하던 그녀를 따라 직원들이 하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매니저 승우는 출근하자마자 그녀의 손에 들린 걸레를 빼앗아 청소를 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은의 시선에는 멀리서 손잡고 걸어오는 우현과 막내 서원이 보였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승우가 심술을 냈다.
“저기, 출근할 때는 사적인 감정은 빼고 오는 게 좋지 않을까?”
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원이 당돌하게 말했다.
“사장님도 그러시잖아요!”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도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도현의 외침과 함께 유온서점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전, 다은이 모두에게 알렸다.
“이따 점심시간에 회의 있으니까, 오늘은 다 같이 먹어요!”
“네!”
직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아이, 배고파 죽겠네요. 점심시간이 늦은 건 몇 년을 다녀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아요.”
우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그래도, 돌아가면서 먹을 땐 괜찮으니까.”
승우는 우현을 달래듯이 말했다.
그렇게 대화가 오가는 사이, 다은이 회의를 시작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다들 어떤 것부터 들을래요?”
“저는 나쁜 소식이요.”
“저는 좋은 소식부터!”
“음.. 나쁜 소식?”
“엇, 나는 좋은 소식부터 말하고 싶은데. 동점이네?”
다은이 흥미진진하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그러자 서원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도현에게 물었다.
“도현 씨는요? 도현 씨는 어떤 소식부터 들을래요?”
“저는… 맛없는 것부터 먹는 게 좋으니까 나쁜 소식이요!”
직원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은이 말을 이어갔다.
“좋아요. 일단.. 나쁜 소식은, 당분간 야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오래는 아니고 며칠만? 당연히! 보너스도 있어요.”
직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다은이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좋은 소식 말해줄게요. 우리 작년에 하려던 독서 토론, 이번 달 내로 가능할 것 같아요. 주해란 작가님도 오케이 하셨고, 우리는 준비만 잘하면 돼요. 조금은 갑작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기회를 놓칠 수 없잖아요?”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기념으로, 오늘 끝나고 회식해요. 오늘은 한우입니다!”
도현은 그런 그녀가 귀엽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거나하게 취한 직원들을 집에 보내고, 도현과 다은은 손을 꼭 잡은 채로 거리를 거닐었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반짝이고,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다은이 말했다.
”도현아. 전에 우리 별자리 얘기했던 거 기억나? “
”그럼, 기억하지 “
”그날, 나 정말 행복했어. 행복이라는 감정이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달았거든. “
“지금은?”
“문제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거야. 내가 어디까지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도현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녀는 도현의 품에 쏙 안긴 채로 물었다.
“나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도현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네가 준 화분, 은방울 꽃 말이야. “
”응. 그 꽃이 왜? “
”그 꽃, 꽃말 알아? “
다은의 질문에 둘은 입을 맞춰 대답했다.
“다시 찾은 행복”
그동안 <자생화>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에필로그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