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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Oct 26. 2024

소설 <자생화> 에필로그

[에필로그]


 “여기서 얼마쯤 더 가야 해?”


도현이 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다은은 깊게 숨을 들이키며 대답했다. 차창 밖은 산길로, 선선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풍경을 감상했다. 산소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좁아지고, 나무들이 더 촘촘하게 자리를 잡았다. 차가 멈추고, 다은과 도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내렸다.


“다 왔다.”


그녀는 길을 따라 걸으며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던 어린 시절을 머릿속에 그리며, 마음속 깊이 묻어둔 그리움을 느꼈다. 도현은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조용히 그녀의 기분을 살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다은은 부모님 산소 앞에 마주 섰다. 준비해 온 노란 국화꽃을 내려놓고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저 왔어요.”


“제가 너무 늦게 왔네요..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어요.”


도현이 다은의 어깨를 감쌌다. 다은은 잠시 생각에 빠져있다가, 아이처럼 울었다, 웃었다 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다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이 사람이 제 곁에 있어준대요. 듬직하죠?”


그녀는 도현을 바라보았다. 도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은의 손을 잡아주었다.


“엄마, 아빠. 나 더 나은 사람이 될게요. 더 이상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면서 살게. 나 그래도 되죠?”


다은은 마치 부모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포근한 기운을 느꼈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도,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지도 않았다. 누구의 도움 없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스스로 피어나는 자생화처럼, 다은은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저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헤매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처음 다은의 과거를 쓰기 시작했을 때, 사실 인물들에 대한 큰 몰입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때론 저 자신처럼, 때론 제 친구처럼 느끼며 인물들과 점점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자생화> 속 인물들이 남은 미래를 잘 꾸려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불행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오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과거가 아닌 미래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브런치북을 준비하며 이 소설을 한편씩 꺼내는 일은, 매번 두근거리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를 넣을 예정이라, 연재가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린 사실은 조금 섭섭하기도 합니다. 응모 때문에 매일 몇 편씩 올려서 알림 공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한 내색 없이 매번 찾아와 라이킷을 누르고 가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제일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4 겨울을 앞둔 어느 날,

이소원


+ 추후 미처 풀지 못한 추가적인 내용을 더 집필할 계획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나중에 생각나실 때 한 번씩 들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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