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이성에게 큰 관심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평생같이 갈 큰 결심이 들 수가 있지 이해가 되지도 않았었다. 위로 언니들이 주위 사람들 모두가 아깝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배우자복이 없어 결혼생활에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나는 절대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예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결혼까지 생각할 수 있는 맞는 사람이 나타날까?"라는 기대는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사람이 나에게 나타났다.
대학 첫 미팅 때는 마주한 사람들이 나의 취향이 아니라 연락처를 주고 오지 않았는데 대학과 사무실로 미팅에 나왔던 사람이 나에게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와서 과 친구들에게 소문이 났었다. 하지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후 미팅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과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본인 오빠의 절친인 규찬이라는 오빠친구 과동기들과 미팅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첫 미팅이 별로라서 기대반 실망반의 마음을 가지고 미팅을 하게 되었다.
, 두 번째 미팅에 나온 남편을 보고 신기하게도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다.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나 기차를 타고 지금은 없어진 장흥 화사랑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지금으로 치면 연남동 같은 카페 술집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오십 중반인 지금 아직도 그 당시 내가 입고 나갔던 요즘시대 엄두도 못 낼 연분홍 투피스와 그때의 설렘이 기억이 난다. 남편 역시 나에게 느낌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겪어온 남편의 성격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였다. 그 행동은 첫 만남에 예상치 못하게 나의 볼에 살짝 뽀뽀를 했던 거였다. 당시 티브이에서 보면 상대의 이런 과감한 애정표현에 놀라 따귀를 때리기도 하는 분위기였어서 나도 갑작스러운 남편의 행동에 남편 얼굴에 손을 올렸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 싫지 않았어서 인지 관성으로 올라가야 할 손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행동이 이해는 가지 않아 날라리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후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남편이 따라왔다. 다음날 같이 미팅했던 친구들이 우리 둘이 없어졌다고 내가 남편한테 납치당한 거 아니냐고 농담들을 했었다고 했다. 좋긴 한데 믿어도 될만한 사람인가를 의심하고 있을 때 남편은 서울 안에서 거리가 꽤 있는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는 기차 안에서 자신의 자랑이 아닌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자신이 가출했던 이야기, 경험을 위해 신문배달.막노등을 하며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들이었다. 첫 만남에 자신에 대해 진솔하게 말해주는 남편에 대해 의심에서 호감으로 바뀌었다. 나에게는 손아래남동생이 있다. 나의 남동생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누나들에게 사랑받는 착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기에 내가 비교할 수 있는 남자인 내 동생의 생활과 남편의 과거가 너무 달라 신기하게 들렸고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면 세상 살아가면서 나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첫 만남 다음날부터 남편은 매일 날 만나러 왔다. 과외비 받은 돈으로 같이 미팅했던 장나꾸러기 내 친구들에게 소위 말해 과외비를 다 뜯기고 가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었다. 미팅을 주선한 친구는 이번 미팅은 재미 삼아하고 변호사인 자기 오빠를 나에게 소개해주려고 했는데 누가 너보고 이번 미팅에서 사귀라고 했냐고 어이없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미팅 주선자인 내 친구에게 우리를 만나게 해 주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사귀는 동안 싸움 한 번이 없었다. 연예한 지 3년이 되었을 때 시아버지 되실 분이 암수술을 하셔서 인사드리러 갔었고 아버님께서 "부모님은 사귀는 걸 아시냐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셔서 남편의 프러포즈도 받지도 못하고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
요즘 남녀만남 리얼리티 티브이프로에서 나오는 여자들은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들을 표현하는 걸 보았다. 한 여자출연자는 미래 자신의 아이가 하고 싶을걸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자, 다른 사람들에겐 불친절해도 와이프를 최우선으로 하는 남자를 찾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야무지고 구체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시대도 달랐지만 사랑만으로 결혼을 생각한 나는 참 야무지지는 못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