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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약속, 여행, 친구와의 만남 등을 위해서 처음 가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카페와 서점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조금의 긴장을 풀고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는 창문 너머로 사람들과 풍경을 살피고, 새로운 곳에 내 몸과 마음을 적응시키려고 해 봅니다.
긴장감과 굳어 있던 마음이 풀리면, 그날의 만남도 조금 더 진실되고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서점은 어디든 좋지만, 중고 서점을 선호합니다. 새 책을 모으는 즐거움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간 구매는 쇼핑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줄이게 되었습니다. 한 달마다 몇 권씩 책을 사서 책장을 채워도, 읽지 않고 그냥 두는 것만으로 지적 허영심을 채우는 것 같아서 괜히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고 서점에 들어가 책을 찾아봅니다. 당장 읽고 싶은 책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재출판으로 인해 잃어버린 예전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을 발견하거나, 누군가 이미 다 읽고 남긴 책 속에서 새로운 시간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날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발견했습니다. 몇 달 동안 구매를 고민했었는데. 저는 인문학 책을 펼쳐보려면 마음과 시간, 조금의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흘려보내기 싫지만, 그렇다고 오래 붙잡고 읽으면 너무 과하게 받아들이게 되니까. 아예 비우고 봐야 하니까.
하지만, 빨간색의 양장본을 보고, 마음의 문을 억지로 열었습니다. 찾았다. 이전의 책.
그래서였을까, 중고 서점 직원분의 형식적인 몇 마디가 마치 “이 책을 발견하셨네요” 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했습니다.
기쁨으로 왜곡된 마음으로 책을 펼치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려 남겼던 글을 꺼내봅니다. 제가 마주했던 중고 서점의 직원분들은 참 친절한 것 같습니다. 책의 즐거움을 아는 것 같다고 할까요.
이번 주말에도 약속이 있기 전에 일찍 나가서 중고 서점을 들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