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여름은 왔다

by 희도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여름은 왔다

소나기처럼 다녀갔다

갑자기 와서 쉬어가듯 다녀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고도

부끄러움보다 당당했던 그 여름날을

기억한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놀라 도망가는

자동차 위를 뛰어가는 빗방울들은 춤을 춘다

모를 여인의 허리선이 농염하게 돌고

낯선 사내의 화려한 발동작에

긴 다리를 쭉 뻗어 무시하던 전봇대는 웃음꽃이 선명하다

물방울들이 곱다


피아노 건반이 통통

캐스터네츠의 손바닥이 착착

어깨동무 한 연인의 뛰어가는 웃음소리는

첼로의 높은 선율로 여름이 된다

아름다운 향기에 빠져있던 구름은

손짓하는 바람에 쫓겨 길을 떠나지만 자꾸

돌아보는 눈길은 그리움이었다


비누 거품처럼 뭉게뭉게 뭉쳐 다니는 공기는

하늘가의 달처럼 고귀하고 도도하다

감정을 매만지고 구름을 매만지고 바람을 매만지고

빛이 너무 강렬해 머리가 어지럽다

차갑고 뜨거웠다


손에서 피는 구름 꽃

펼쳐보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바지에 슥슥 문지르며 돌아서지만

그립고 외로워 소나기 같은 편지를 쓴다

빨간 우체통에 곱게 접은 마음을 숨기러 간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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