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삼월 열 야드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가끔 동네 어른들 손 부족하다고
할아버지는 붉은 한지를 한 뭉치 들고 와선 꽃을 접었다
할머니 잔소리를 곡조 삼아 한 송이 한 송이 피워내셨다.
연꽃 같기도 하고 모란 같기도 하다는 할아버지는
하기사 뭔 상관이겄냐 태우면 재가되어 날아갈틴디
인생사 그리 덧없는 것인디
덧없다는 인생을 곱게도 정성들여 피우신
그 향기는 고스란히 손에 남았다
음력 삼월 열 야드레
내가 접은 붉은 꽃은 상여 위에 피어 고샅 아래 매화나무에 걸쳤다
할아버지가 머문 매화는 해마다 붉게 피어
봄은 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