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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Jul 29. 2023

홍매화


음력 삼월 열 야드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가끔 동네 어른들 손 부족하다고

할아버지는 붉은 한지를 한 뭉치 들고 와선 꽃을 접었다

할머니 잔소리를 곡조 삼아 한 송이 한 송이 피워내셨다.

연꽃 같기도 하고 모란 같기도 하다는 할아버지는

하기사 뭔 상관이겄냐 태우면 재가되어 날아갈틴디

인생사 그리 덧없는 것인디

덧없다는 인생을 곱게도 정성들여 피우신

그 향기는 고스란히 손에 남았다


음력 삼월 열 야드레

내가 접은 붉은 꽃은 상여 위에 피어 고샅 아래 매화나무에 걸쳤다

할아버지가 머문 매화는 해마다 붉게 피어 

봄은 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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