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듬직한 궁둥이로 가려보았지만

아빠는 고자질쟁이야

by 명랑 숙영

엄마 아빠가 입 안에 무언가를 넣고 ‘쩝 쩝’ 소리를 내며 씹고 있다.

뭐가 그리 맛있는지 엄마는 손가락까지 '쪽쪽'빨았다. 그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침을 '뚝뚝'흘렸다.

그런 내가 안타까웠는지 엄마는 간식을 가져와 엄마가 먹을 때마다 하나씩 입에 넣어주었다.

난 엄마 아빠가 먹는 것에 호기심이 갔고 어떻게 해서든 그걸 맛보고 싶었다.


엄마 아빠가 자리를 비울 때 '그걸 슬쩍'하려고 동태를 살폈다.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나갔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드디어 엄마도 자리를 비웠다.

그 틈을 이용해 눈여겨 둔 먹잇감을 조심스레 입에 물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먹잇감을 송곳니에 단단히 걸고 다른 이빨 사이로 빠지지 않게 앙다물었다.

물컹한 것이 찐득하고 탄성이 있었다. 행여나 들킬세라 엄마 눈을 피해 슬그머니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초조와 긴장 속에서 슬쩍해 온 먹잇감을 탐색한다.

코가 얼마나 촉촉 하냐에 따라 알아내는 정보의 질과 양이 다르다. '흠흠' 짧게 두어 번 냄새를 맡았다.

양쪽 콧구멍을 최대한 벌려 냄새를 깊숙이 들여 마셨다가 내뿜었다. 고기 냄새는 아니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그 순간 보이지 않던 아빠가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아빠 몸에서 메케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구름과자를 먹고 온 모양이다.

그런데 아빠가 내 곁으로 오더니 눕는 것이 아닌가.

"자두, 아빠 뽀뽀, 뽀뽀해 줘."

지금은 뽀뽀할 상황이 아니다. 아빠에게 들킬까 봐 먹잇감을 얼른 듬직한 궁둥이로 가렸다.

그때 아빠의 시선은 그곳을 향했다.

아빠가 내 편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며 흰자위를 드러내며 쳐다보았다.

제발 이 순간만이라도 아빠와 교감되길 바라며.

“자두가 뭐 물어갔어.”

크고 힘 있는 아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자두’라는 내 이름이 들려서 심장이 덜컥했고 그건 거실바닥에 떨어졌다.

그 말이 나에게 한 말인지 엄마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어 머리가 멍했다.

평소 아빠는 목소리가 크지 않고 저음인데 이 순간만은 달랐다.


이제 일이 커졌다. 아빠와 교감은커녕 엄마에게 혼이나 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엄마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황급히 내게로 왔다. 거의 뛰는 수준으로...

엄마는 거실 바닥에 찰싹 붙어있는 나의 소중한 먹잇감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 나에게 소리친 건가.

“아니, 이건 떡이잖아! 한 개 남은 거 한쪽에 잘 치워뒀는데 얘가 언제 이걸 물고 갔대?”

엄마한테 딱! 걸렸다. 엄마는 ‘떡’이란 걸 두 손가락이 집게인 양 집어 수거해 가버렸다.

그래서 떡이란 놈은 결코 내 입속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눈치 없고 생각 없는 아빠의 고자질로 현장범으로 잡혀 엄마에게 궁둥짝만 얻어맞았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난 얼음 공주가 되었다.


그때 아빠가 내 옆으로 오지만 않았어도.

아빠가 한 번만 모른 척해 주었어도 그 ‘떡’이란 놈을 맛볼 수 있었을 텐데….

sticker sticker


keyword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