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템
나의 최애템은 공이다. 엄마는 늘 고~옹이라고 불렀다.
아기 때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데 앞발로 살짝만 건드려도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아빠는 예고 없이 아무 데나 공을 던져 나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공이 튀어 간 방향으로 네 발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화다닥거리며 미끄러지듯 공을 쫓아갔다. 한 번은 급하게 달려가다 허리가 꺾일 뻔했다.
경쾌하게 통통 튀는 공을 주둥이와 두 앞발로 눌러 진정시키고 이빨로 '잘근잘근' 씹으면 무료함이 사라졌다.
어느 날 엄마가 “자두야, 엄마랑 공 찾자. 고오옹, 고옹이 어디 있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앉고 서고 심지어 엎드리며 무언가 찾았다.
엄마를 따라다니며 뭘 하는지 지켜봤다.
“자두야, 저기 고~옹 있네. 어서 가서 물어와”
엄마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가보니 무언가 있었고 그게 공인 줄 알게 되었다.
엄마의 재촉에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얼결에 물어왔다.
“아이, 우리 자두 잘했어. 공을 잘도 물어오네.”
엄마는 물개박수를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칭찬을 했다. 목소리 톤만으로도 '간식타임'인지 '혼나는 타임'인지 100% 구분할 수 있다.
난 '간식을 내놓으라'고 엄마를 빤히 쳐다보았다.
엄마는 구멍 뚫린 공 속으로 여러 개의 간식을 넣었다. 그리곤 내 입을 향해 던졌다.
날아오는 위치를 가늠해 두 앞발을 살짝 들어 정확하게 받아냈다. 바닥에 공을 내려놓고 앞발로 이리저리 굴렸다. 조금만 힘을 줘도 '통통'튀어 달아나서 도망 못 가게 눌러야 했다. 힘을 조절하며 공을 굴렸더니 간식이 하나씩 '쏙 쏙' 빠져나왔다. 빼먹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기어이 안 나오는 녀석도 있었다.
공을 물고 뜯어도 딸랑딸랑 소리만 낼뿐 절대 나오지 않는 '나쁜 놈'이다.
그놈과 실랑이를 벌일 때면 엄마는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구멍보다 큰 식 간식을 쇠젓가락으로 밀어내어 내가 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공과의 사랑과 전쟁'이 시작되었다.
난 심심하거나 간식이 먹고 싶을 때면 공을 물어다 엄마 앞에 가져다 놓는다.
엄마가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라 내 행동에 반응하지 않았다. 여러 번 하니 눈치를 챘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공 속에 간식을 넣어주었다.
“어이구~ 우리 자두! 고~옹 물어왔네. 간식 넣어달라는 뜻이지?"
사람이든 개든 '눈치코치'가 있어야 한다. 되도록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 '개 편한 세상'이 된다
아빠는 공을 던지기만 할 뿐 절대 간식을 넣어주는 법이 없다. 눈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일이 말하면 입 아파서 참는다.
아빠가 사회생활을 어찌하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