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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이 입안으로 배달 오다니

내 집이 생긴 거야?

by 명랑 숙영

엄마가 “자두야!” 부르며 들어왔다.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빠른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엄마가 이런 톤으로 부르면 좋은 일이기에 얼른 달려가 뛰어오르며 꼬리를 흔들었다.

“근데, 우리 자두한테 작으면 어떡하지?"

엄마는 나를 반기는 둥 마는 둥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포장지를 뜯었다.

그 속에서 하얗고 둥그런 물건이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나왔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늘 맡던 흙과 풀, 나무, 동족들이 싸놓은 배설물 냄새와는 달랐다. 난생처음 맡아보는 새로운 냄새였다.


엄마가 간식을 그 안에 던지며 손가락으로 “자두야, 하우스!”라고 가리켰다.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서 있는데 엄마가 들어가서 먹으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간식이 낯선 물건 위에 놓여 있어 망설였다. 엄마는 내가 어떡하나 기다리는 눈치다. 그것의 냄새가 별로라 목을 쭉 빼고 간식을 내 앞으로 끌어당겨 입에 넣었다. 엄마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간식을 여러 개 던지며 “하우스!”라고 외쳤다. '이게 웬 떡이냐'며 간식 먹기에 정신이 팔렸다. 몇 개나 남았을까. 희미하게 냄새가 나는데 보이지 않았다.

찾기를 포기하고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엄마는 손끝을 가리키며 또 “하우스!”라며 간식을 던졌다.

간식을 찾아 먹으라는 줄 알고 머리를 하우스에 디밀고 킁킁거렸다. 주둥이로 쿠션을 이리저리 밀쳤더니 간식이 나왔다.


간식이 숨어있는 동그란 물건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 안에 들어가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조심스레 오른쪽 앞발을 넣어 보았다. 발이 안에 닿자 밑으로 꺼지는 듯 해 얼른 뒤로 뺐다.

내 발바닥 쿠션처럼 말랑하고 탄성이 있고 푹 꺼져서 내키지 않았다. 남은 간식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야만 했다. 앞 발을 넣고 천천히 뒷발을 옮기니 중심이 잡혔다. 네 발에 체중을 싣고 그 안에서 킁킁거리며 간식을 찾을 때였다.

“아이, 우리 자두 잘했어. 하우스에도 잘 들어가네!”

엄마가 돌고래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다. 칭찬 때문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갔고 ‘하우스’라는 물건이 좋아졌다.


보통은 침대나 소파 위, 거실 바닥에서 쉬는데 간식이 나오는 '하우스'속에 들어갔다.

새것의 냄새는 별로였지만 그 속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머리를 파묻었다. 엄마 품속에서 형제들과 젖을 빨던 때처럼 포근하고 아늑했다. 둥근 가장자리 입구에 주둥이를 올려놓으니 한결 편했다.

물 흐르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자동으로 스르르 눈이 감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엄마가 걸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이구, 우리 자두, 하우스에 들어갔네. 아이 잘했어! 그 안에 들어가니까 좋아?”

엄마의 목소리가 밝고 경쾌했다. 지금은 분명 칭찬 타이밍이다. 엄마가 간식 하나를 입에 넣어주었다.

삼키려 할 때쯤 연이어 하나가 더 들어왔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하우스 안에 편히 쉬고 있었을 뿐인데 간식이 저절로 입안에 들어오다니. 그것도 따블로!


‘하우스’라는 물건, 참 신기하고 즣은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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