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내 뼈다귀
사람의 언어를 알지 못하니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를 '춤추게' 하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산책, 간식, 고기, 에그프라이, 고구마 등. 그런 말이 들리면 귀는 '쫑긋' 혀는 '날름'이다.
그리곤 엄마의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졸졸 따라다닌다. 어디든 그게 화장실이라도.
햇살이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고 따스함을 데웠다. 산책 갈 시간이 다가오자 몸도 조금씩 달아올랐다.
엄마가 일어날 기척을 보이자 냉큼 다가가 엄마 얼굴에 얼굴을 디밀고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엄마는 이마를 내 이마에 비볐다. 사냥한 말투와 함께.
“우리 자두, 잘 잤어? 산책 가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산책'이라는 말이 내 귀에 꽂혔다. 나를 춤추게 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엄마와 눈을 마주치려 애쓴다.
'얼른 나가자'는 무언의 압박이다. 나의 ‘산책 조르기’는 대부분 통한다.
1층을 내려와 바깥으로 나오니 바람이 어제와 달랐다. 봄기운이 완연해 온갖 냄새들이 콧구멍 속을 간질였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엄마를 힘껏 잡아당겼다. 엄마가 순순히 끌려왔다.
'응가'할 자리를 신중하게 고르고 골랐다. 나무 밑 잔디에 시원하게 싸니 아랫배가 가벼웠다. 몸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기운이 솟아났다. 콧김을 뿜어내며 심장이 터지도록 달리고 싶었다.
늘 가던 산책코스를 지나 엄마가 구릉으로 나를 데려갔다. 이곳은 넓고 높낮이가 있어 뛰어놀기에 좋다.
그곳엔 보호자와 산책 나온 동족 몇 마리와 지나가는 행인이 전부였다. 엄마는 평소처럼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목줄을 풀어주었다. 엄마를 뒤로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방팔방 정신없이 내달렸다.
숨을 고르며 새로운 냄새, 익숙하지 않은, 처음 맡아보는 냄새를 찾아 수풀 사이를 ‘흠흠’ 거리며 다녔다.
도랑같이 움푹 파인 풀 속에 흙냄새와 뒤섞여 고기 뼈다귀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엄마가 튀김옷을 벗기고 속살을 떼주던 고기 냄새와 흡사했다. 확신이 서자 두 앞발로 흙을 파헤쳐 그걸 물었다. 그런데 바위에 앉아있던 엄마가 어느새 내 앞에 와있었다.
뼈다귀를 입안 깊숙이 숨기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엄마가 내 입 주위를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두야, 입에 뭐 물었어? 아무래도 이상한데.”
엄마는 양손으로 내 입을 벌리려 했다. 그걸 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나도 만만치 않았다.
마음껏 냄새 맡아보지도, 씹어보지도 못한 그걸 뺏길 순 없었다.
“자두야, 그거 먹으면 안 돼, 배 아프단 말이야. 어서 이리 내놔!”
기어이 입을 벌리지 않자 엄마는 통사정을 했다. 그런 엄마를 모른 채 할 수 없어 다문 입에 힘을 뺐다.
더 실랑이를 벌였다간 엄마에게 ‘으르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삐지면 국물도 없다.
지난번에 성공했는데 오늘은 실패다.
난 맘이 약해서 탈이다. 체념도 좀 빠른 편이고...